주담대 고공 행진 언제까지… “연내 8% 갈 수도”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금리 상단 10개월 만에 다시 7%대
5년 만기 은행채 최고치 기록 영향
미국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원인
경제 뇌관 가계부채도 덩달아 위기
"당분간 대출금리 지속 상승 전망"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시장금리가 연일 빠르게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10개월 만에 ‘연 7%대’로 복귀했다.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시장금리가 연일 빠르게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10개월 만에 ‘연 7%대’로 복귀했다.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10개월 만에 ‘연 7%대’로 완전히 복귀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시장금리가 연일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고금리 시대’가 길어지며 가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4~7.134%로 나타났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연 4.17~7.14%)보다 하단이 0.37%포인트(P)나 뛰었다. 특히 지난 4월 말(5.49~5.82%)과 비교해서는 금리 상단도 1%P 이상 오른 규모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7%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연 7.603%) 이후 10개월 만이다. 금리 7%로 4억 원을 빌리면 매달 갚는 원리금은 248만 6000원, 40년간 은행에 주는 총이자는 7억 9300만 원에 달한다.

주담대 금리가 빠르게 오른 것은 지표로 쓰이는 5년 만기 은행채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동결하고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여전히 강한 긴축 의지를 나타내며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다”며 향후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시사했다.

기준금리(연 3.50%)를 밑돌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연 4%대로 올라서며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예금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의 조달 비용(코픽스 지수)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지난해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때 고금리로 끌어모은 예·적금 만기가 대거 도래하고 있어 주담대 금리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 내 예정된 정기예금 만기 도래액은 76조 원에 달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100조 원 이상의 고금리 수신 상품의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2금융권에서는 6~8%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에 따른 수신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확정했다. 은행채 한도를 계속 막아둘 경우 과도한 수신 경쟁으로 인한 시장 불안으로 대출금리 등이 자극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속적인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한국경제의 최대뇌관인 가계부채도 한층 더 위협받고 있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 8000억 원으로 1분기 말(1853조 3000억 원)보다 9조 5000억 원 늘었다. 특히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며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각각 4조 9000억 원, 2조 4000억 원 늘었다.

한은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실린 ‘연령별 가계대출 차주의 특징과 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대출 보유 차주의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은 평균 300%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4분기 대비 34%P 가한 것으로, 대출 차주 1인당 소득의 3배 정도 부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심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며 건전성 관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중 5대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23.8점으로 7월(920.0점)에 비해 3.8점 높았다. 이는 신용점수 900점대 고신용자 차주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불어진 수신자금의 만기도래와 시장금리 상승 등 당분은 대출금리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주담대 변동금리가 8%에 육박할 수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