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진행 늦추고 합병증 줄이는 만성콩팥병 새 치료제 효과 입증”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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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 최신 치료

전 세계 주목 ‘SGLT-2 억제제’
콩팥 손상·조직 염증 줄여줘
심혈관 합병증 사망률도 감소
BHS한서병원 신장이식팀
이식 환자 ‘단백뇨 감소’ 확인

만성콩팥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는 신장이식 환자의 이식 신장의 수명을 연장하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BHS한서병원 신장이식팀이 신장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BHS한서병원 제공 만성콩팥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는 신장이식 환자의 이식 신장의 수명을 연장하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BHS한서병원 신장이식팀이 신장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BHS한서병원 제공

만성콩팥병은 3개월 이상 콩팥에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이 저하된 상태의 질병을 말한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8.4%에 해당하고,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해 70세 이상이 26.5%였다.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만성콩팥병 환자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진행 속도 늦추는 게 최선

만성콩팥병의 주된 원인으로는 당뇨, 고혈압, 사구체신염 등이 알려져 있으며, 인구 고령화에 따라 당뇨와 고혈압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만성콩팥병 환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진행할수록 삶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합병증, 빈혈, 미네랄 뼈 질환, 감염병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해 생존율을 감소시킨다.

콩팥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만성콩팥병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거나 진행 속도를 가능한 늦추면서 합병증을 관리하는 것이 주 치료법이다. 신장이 망가져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는 투석 치료나 신장이식을 진행한다. 따라서 만성콩팥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투석에 이르지 않게 하거나, 이식한 신장 기능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과거 30년간 만성콩팥병의 치료에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가 우선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SGLT-2 억제제’의 통합적인 효과가 입증돼 주목받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나트륨(소금, 염분)과 당분의 재흡수를 억제해 소변으로 내보내 혈당과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사구체의 여과압력을 감소시켜 콩팥이 손상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심장과 혈관의 손상을 억제하고 생체 내 대사적 부작용을 개선하며 조직의 산화손상과 염증을 줄여 주는 이점도 있다.

SGLT-2 억제제는 처음에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당뇨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콩팥 기능의 감소를 억제하거나 단백뇨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상당히 좋은 것이 밝혀져 후속 연구가 이뤄졌다.

BHS한서병원 권혁용 신장내과 과장은 “기존 치료제가 투석에 이르는 위험도를 10~20% 정도 줄였다면 SGLT-2 억제제를 추가한 치료에서는 30~40%였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신장 기능의 약 50%가 손상된 만성콩팥병 환자가 투석에 이르는 시기를 약 12년 정도 늦출 수 있는 효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심혈관질환의 합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50%가 넘는데, SGLT-2 억제제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생을 억제하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낮춰 심혈관계 질환의 진행으로 인한 전체 사망률까지 30~40% 감소시키는 치료 효과 또한 입증됐다.

■신장이식 환자 단백뇨 감소 효과

만성콩팥병 환자는 다양한 합병증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의 깊은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약리작용과 효과를 가진 치료제라도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최대의 치료 효과를 낼 수 없거나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권혁용 과장은 “SGLT-2 억제제의 알려진 부작용은 생식기 감염, 탈수에 의한 신기능 저하, 당뇨병성 케토산증 등이 있으나 빈도가 많지 않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하면 이점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며 “큰 수술 전후, 감염 등의 급성 질환, 영양실조 상태에서도 잠시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당뇨병과 콩팥병에 대한 사용 경험과 데이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고혈압성 콩팥병과 사구체신염을 포함한 다양한 원인의 비당뇨성 만성콩팥병에도 사용할 수 있고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게도 치료 목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

또한 신장이식 환자에 대해서도 이식 신장의 수명을 연장하고 심혈관계 합병증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식 치료를 받은 환자들 역시 당뇨병과 심혈관계 합병증이 많지만 좋은 치료약이 개발되어도 안정성과 효과에 대한 우려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SGLT-2 억제제의 신장이식 환자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BHS한서병원 신장이식팀이 가장 앞서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BHS한서병원 이식팀은 SGLT-2 억제제가 신장이식 환자의 단백뇨를 줄여 준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국제학회(2016년 세계이식학회)에 발표했다. 이후 미국신장학회, 세계신장학회 등 대표적인 국제학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보고했고, 지난달 권혁용 과장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유럽이식학회에서도 발표해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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