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남해~여수 해저터널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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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지형을 보면 부산은 동해안과 남해안이 만나는 결절점에 있다. 다르게 말한다면 부산은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부산에서 한반도의 등줄기를 따라 동해안을 훑어가는 도로가 7번 국도다. 동해와 태백산맥의 수려한 경관을 두루 볼 수 있어 우리나라 국도의 대표 선수로 꼽힌다.

동해안에 7번 국도가 있다면 서·남해안에는 77번 국도가 있다. 부산에서 출발해 남해안을 따라 전남 해남까지 간 뒤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해안을 품으며 경기도 파주까지 이어지는 장장 1200㎞ 여의 국내 최대 규모 도로다. 통일이 된다면 서해안을 따라 신의주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77번 국도는 그동안 서·남해안의 구불구불한 해안 지형과 많은 섬 등으로 인해 모든 구간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끊긴 곳이 있어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을 모두 연결하는 ‘U자형’의 완성된 도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 77번 국도의 마지막 단절 구간으로 남았던 남해~여수가 마침내 해저터널로 이어지게 됐다. 경남 남해군 서면과 전남 여수시 신덕동이 8.09㎞의 왕복 4차로 도로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구간 중 광양만을 가로지르는 길이 5.76㎞의 해저터널이 포함돼 있다. 공사는 오는 12월부터 시작돼 2031년 끝날 예정이다. 완공될 경우 국내 세 번째 해저터널로, 국비 약 7000억 원이 투입된다. 총길이로는 6.92km인 충남 보령의 해저터널 다음이 될 것이라고 한다.

남해~여수 해저터널의 착공 소식을 가장 반기는 사람은 무려 25년을 기다려 온 지역 주민들이다. 서로 빤히 보이는 거리를 지금은 1시간 30분이나 빙빙 돌고 돌아가야 했는데, 앞으로 터널이 개통되면 단 10분 만에 갈 수 있단다. 무엇보다 해저터널이 서부 경남과 동부 전남의 중심에 위치해 남해안 관광벨트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벌써 주변 지자체는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고 한다.

지역민의 관점을 벗어나 남해~여수 해저터널은 한반도의 삼면 해안 국도를 모두 잇는 마지막 고리로 부산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부산은 7번과 77번 국도가 최종 귀착하는 ‘로드 777’의 기·종점이다. 작게는 남부권과 중부권, 크게는 대륙권과 대양권이 모두 겹치는 중첩 지대인 만큼 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의 전략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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