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도 '소아과 오픈런' 시내 의료 격차 해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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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부터 진료까지 2시간씩 걸려 고통
국·사립 대학병원 지원책 등 마련해야

지난 21일 부산 영도구 아이서울병원. 이달부터 원도심권 유일의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운영되자 주말 오후에도 진료를 받으러 온 내원객으로 가득 찼다. 손희문 기자 지난 21일 부산 영도구 아이서울병원. 이달부터 원도심권 유일의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운영되자 주말 오후에도 진료를 받으러 온 내원객으로 가득 찼다. 손희문 기자

소아과 의료 공백 지역인 부산의 서부산·원도심에 들어선 ‘달빛어린이병원’이 환자와 부모들로 북적이고 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 등 의료 공백 시간에 소아 경증 환자를 진료한다. 영도구 이 병원에는 강서구와 사하구, 사상구는 물론이고 경남 김해에서까지 환자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접수부터 진료까지 꼬박 2시간 걸리는 경우마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곳뿐 아니라,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별 불균형으로 일반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에도 ‘오픈런’이 일상화되면서 아이와 부모들의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가고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운영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겨우 4곳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2025년까지 서부산권에 한 곳을 더 늘릴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예산과 전문의 부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 5년 전국적으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가 662곳에 이르고, 미용·통증 클리닉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지역 대학병원에도 수련 전공의 지원자가 전무하다시피 해 3~4년 뒤에는 소아 진료 공백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이가 아파도 주변에 갈 병원이 없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필수 의료 붕괴는 정부의 의료보건 정책 실패에서 기인하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과 지역, 그리고 지역 내부에서의 의료 격차다. 특히, 부산에는 대학병원 대부분이 서구에 몰려 있어, 강서·사하·금정구에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서부산의료원(사하구), 침례병원 공공화(금정구), 에코델타병원(강서구)으로 의료 공백을 메꿀 계획이지만, 예산 확보와 보건복지부 조율 등으로 언제 실현될지조차 미지수이다. 경남은 종합병원 평균 접근 거리가 31.54km로 전국에서 가장 멀어 가까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병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은 인구 100만 명당 공공의료기관 수가 0.9개로 전국서 가장 적다. 지역 간 의료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와 차별이 도를 넘은 지경이다.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오픈런’과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의대 입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증원될 의료 인력은 최소 15년 뒤에나 현장 투입 가능한 대책이다. 당장 필수 진료 과목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체계 도입과 공공의료 및 지역 의료 확충 등 파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방 국립대 및 사립대병원의 인프라 개선과 의료진 확충 지원을 통해 지역 의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에 살아도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의료 격차 해소는 지방소멸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더 이상 주저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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