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영책임자 안전의식 변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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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수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장

“누구나 일터에 나올 때처럼 퇴근할 때도 안전하게 일터를 떠나야 마땅합니다. 그래서 내가 집중하기로 한 것은 모두의 안전 습관을 바꿔놓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안전의 역사에서 널리 알려진 미국 알코아(Alcoa)사 전 CEO 폴 오닐이 한 말이다.

2020년 1월 16일부터 도급인의 책임 강화 등의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시행됐고, 2022년 1월 27일부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더불어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제정·시행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은 8년째 0.4~0.5퍼밀리아드(1만 분의 1) 수준에 정체되어 있어 OECD 38개국 중 34위에 머물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22년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선진국 수준인 0.29퍼밀리아드로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춰 산재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의 권리에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 뿐만 아니라 ‘일할 환경에 대한 권리’도 함께 내포되어 있어 건강한 작업 환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도 포함한다. 즉, 일하는 사람의 생명·건강 보호는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책임자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볼 수 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안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먼저, 경영책임자가 사업에 있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방침을 정하고 이를 모든 직원들에게 알려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1호에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 방침을 설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과 보건을 기업 경영의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기업 운영에 있어 직원들의 안전과 보건을 최우선 하라는 경영 철학을 담고 있어야 한다. 또한, 경영 방침과 함께 조직의 변화와 성과를 위해서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목표는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 특성을 반영해서 설정하여야 한다. 특히, 경영자의 안전 최우선 경영 방침이 직원들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설정한 목표가 반드시 평가와 연계되어 행동 변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산업 현장에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경영 방침을 직접 직원들에게 알리고 실천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공장장, 현장소장 등), 관리감독자(생산 관련 부서장, 직·반장)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5호에 경영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관리감독자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하고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장의 세세한 안전보건 조치를 명령하기 어렵고, 결국, 사업장의 안전보건 조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관리감독자 등을 통해 수행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관리감독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줌과 동시에, 이들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6개월에 1회 이상 점검하여야 한다. 사업장 단위의 안전보건관리 실행이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임을 주지하여 이들에게 권한과 책임 부여, 명확한 평가와 이에 따른 신상필벌을 통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가 확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최우선 전략인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하는 일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란 정부가 제시하는 규정과 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하여 평상 시에는 노사가 참여하는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지속적으로 발굴·제거하는 안전관리 방식이다. 위험성 평가는 사전 준비, 유해·위험 요인 파악, 위험성 결정, 허용 가능한 위험성 수준 판단, 위험성 감소 대책 수립과 실행, 위험성 평가 공유, 결과 기록·보존 순으로 진행되는데, 전 단계에 걸쳐 ‘근로자 참여’가 중요하다. 또한, 위험성 평가 결과가 전 근로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를 활성화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8월 25일 창원지방법원마산지원에서는 경남 함안군 소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와 관련,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안전보건의식 부재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하여금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 원칙과 행동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다른 안전보건 확보의무(안전보건 예산 편성·집행,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평가 기준 미마련, 비상 대응 매뉴얼 미마련) 위반을 초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원에서조차 경영책임자의 안전의식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안전투자를 확대하고, 경영 차원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안전을 관리하고 조직의 문화로 정착시켜 중대재해를 예방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경영책임자가 안전을 최우선하는 안전의식 변화를 통해 산업현장에서 더 이상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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