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 찾아다닌 조부 묘 100년 만에 하와이서 발견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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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년 찾아 다닌 묘, 창원대박물관 통해 찾아
족보 확인해 고향·사망일시 비교 동일인 확인

창원대박물관이 최근 발견한 울산시민 윤동균(80)씨의 조부, 윤원식 선생의 묘. 창원대 제공 창원대박물관이 최근 발견한 울산시민 윤동균(80)씨의 조부, 윤원식 선생의 묘. 창원대 제공

“팔십 평생 할아버지 묘소를 찾아다녔는데, 매번 허탕을 쳤습니다. 그런데 창원대박물관의 도움으로 찾게돼 감사드립니다.”

울산에 사는 80대가 구한말 미국에 건너간 조부의 묘를 어렵사리 찾았다며 창원대박물관에 고마움을 표했다. 어렵게 찾은 조부는 태평양 건너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대박물관은 최근 울산시민 윤동균(80) 씨의 조부, 윤원식 선생의 묘를 하와이에서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박물관에 따르면 윤 씨는 10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생활했지만, 부친이 돌아가시기 전 조부를 찾아았던 기억을 되살려 조부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창원대에서 하와이 한인 초기 이민자 무덤조사에 착수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직접 문의했다. 대학은 그동안 조사한 500여 기의 묘비를 분석한 자료에서 윤원식 선생의 정보를 검색했다. 하지만 조부의 묘비는 따로 없었다. 하와이행 배편인 ‘시베리아호’ 명부에는 적혀있었다. 이에 윤 씨가 집안 족보를 구해와 창원대에 건넸고, 이후 윤원식 선생의 자(字)가 ‘계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윤계상’이라는 이름의 묘비는 하와이 빅아일랜드 코나 홀루아로아 커피농장에 있었다.

비석에 적힌 윤계상의 사망일은 1922년 6월 18일(음력 5월 23일)에 고향은 안동으로, 족보와 비교해 윤원식 선생과 동일인인 것이 판명됐다. 윤원식(윤계상) 선생은 1905년 5월 8일 38세 나이에 아들과 부인을 두고 홀몸으로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다. 당시 신문 기록 등을 통해 윤 선생이 대한인국민회 하와이지방총회 총부회장 등을 맡으며 독립운동을 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윤동균 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창원대박물관에 문의해 이렇게 할아버지 묘소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제야 장손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됐고,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됐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승현 창원대박물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방치된 이들의 무덤이 한국 이민사와 독립운동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임을 알게 됐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자료인 이 묘비들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물관 조사에 따르면 1902년 12월부터 1905년까지 74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하와이로 이주했다. 창원대박물관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1세대 한인 이민자 묘비를 탁본하면서 관련 자료를 수집했고, 모두 500여 기의 한인 무덤을 찾았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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