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의 '집피지기'] 숲이 아닌 나무를 보라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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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부동산팀장

최근 부동산 관련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다. 부동산 재테크야 많은 이의 관심사니 “요즘 집 사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등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면서 “향후 부산은 인구가 줄어들고 금리가 더 낮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다” “내년에는 공급이 크게 줄기 때문에 집을 사야 한다” 등의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전문가가 한 마디 던졌다. “지금 부동산 투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금리가 낮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좋은 대세 상승장은 시장 전체의 흐름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허리’에서 투자를 하든 ‘가슴’에서 투자를 하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세 상승의 흐름이 꺾이는 신호도 늘 확인을 해야 한다. 소위 ‘상투’를 잡은 경우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동산 불황기에는 전체의 흐름보다는 부동산 매물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편적인 ‘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말을 뒤집어 ‘숲이 아닌 나무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대세 상승장이 ‘숲’의 시간이라면 불황기는 ‘나무’의 시간인 셈이다.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는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보다 매물 하나하나의 가치를 잘 따져보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가치있는 매물의 저점 매수가 가능해진다. 소위 급매물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매물 중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진성 급매물’은 추가 하락에 대해 어느 정도 방어가 되기도 한다.

부산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1월 1245건에서 2월 2030건, 3월 2768건으로 늘었다. 이는 DSR 규제 미적용,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이 있었던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정부의 정책 효과도 있었지만 악화된 부동산 상황에 튀어나온 초급매 매물들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은 나빴지만, 좋은 나무를 보고 있던 이들이 시장으로 뛰어든 결과인 셈이다.

최근 부산 시장은 초급매 매물이 소화되고 급매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상승 거래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초급매 매물이 소진되며 급매 중 일부가 거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급매 매물들이 한 번 소화가 되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좋은 나무들이 거래가 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무를 보는 데는 더욱 신중함이 필요하기도 하다.

대세 상승을 외치기엔 여전히 금리는 높고 시장 전망은 흐리다. 이러한 시장 상황이 이어질수록 나무의 시간은 좀 더 길어질 전망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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