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시인, 마지막 네 번째 시집 내고 떠나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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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향년 74세 타계

<백 년의 내간체>. 천년의시작 제공 <백 년의 내간체>. 천년의시작 제공

최근 이정모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백 년의 내간체>(천년의시작)를 출간했는데 그것이 생전에 출간한 그의 마지막 시집이 됐다. 2012년 간암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해왔던 그가 지난 27일 오후 10시 향년 74세로 타계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마지막 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이후인 한 달 전쯤 건강이 악화했다고 한다.

그는 고교 시절 시를 썼는데 은행에 들어가면서 시를 마음속에 쟁이다가, 개인사업을 하던 2007년 <심상>을 통해 늦깎이로 등단했다. 문단에 나온 뒤 그의 시 쓰기는 오랜 세월 둑 안에 가둬놓은 아쉬운 미지의 총량을 쏟아내는 듯 긴 언어들을 생산했다. 그가 부려놓은 많은 언어들은 시에 대한 그의 탐구와 갈증을 드러내면서, 삶과 문학이 닿으려는 ‘그곳’에 대한 원천적이고 아득한 지향을 그려냈다. 58편을 담은 이번 시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꽃이 지는 것이 서러우면/꽃을 그대 마음에 심어야 한다’(‘물의 은유’ 중에서). 아마도 그는 마음속 향기로운 꽃을 품고서 길을 떠났으리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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