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키우고 국격 업그레이드… '꿈돌이'와 '빅오'에서 배우는 2030부산엑스포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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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국내 처음으로 열린 대전엑스포, 과학 기술 주제로 총관람객 1450만 명 모집하며 '대박' 터뜨려, 전 국민에게 과학기술 중요성 깨우쳐
해양과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주제로 진행된 2012년 여수엑스포, 초대형 해상 '빅오', 지속가능한 해양 개발 다짐 담은 '여수 선언' 등 볼거리와 의미 풍부.

대한민국은 이미 두 번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한 경험이 있다. 1993년 ‘새로운 도약의 길’이라는 주제로 열린 대전엑스포는 과학의 진보를 전 세계로 알렸다. 2012년 전남 여수항 일대에선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여수엑스포가 열려 해양의 중요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인류의 과제를 화두로 던졌다. 대전엑스포가 정보통신,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발판이 됐다면, 여수엑스포는 조선·항만·해양자원 등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대전·여수 엑스포 모두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공인한 ‘인정’ 박람회였다. 이들 두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자신감, 전세계로부터 얻은 신뢰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은 물론,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도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등록 박람회'로 기록될 부산엑스포는 전시 규모와 기간, 전 지구적 관심도 등에서 앞선 두 엑스포와는 ‘사이즈’가 다르다. 스마트 혁신 강국이자 문화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금 알리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내적으로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이 명실공히 제2의 국가 중심축으로서 우뚝 섬으로서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대전·여수 엑스포가 남긴 성과와 과오를 통해 부산엑스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총관람객 1450만 명을 모은 대전엑스포. 전기자동차, 자기부상열차 등 그때 당시 최첨단 과학기술의 향연이 매일 펼쳐졌다. 부산일보DB 총관람객 1450만 명을 모은 대전엑스포. 전기자동차, 자기부상열차 등 그때 당시 최첨단 과학기술의 향연이 매일 펼쳐졌다. 부산일보DB

■ 꿈돌이를 아세요?

1993년 8월 7일부터 열린 93일간의 대전엑스포. '꿈돌이'와 '한빛탑'으로 대표되는 이 엑스포는 개발도상국 최초로 BIE의 공인을 받고 열린 박람회였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군부정권이 물러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질적 성장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엑스포 개최는 전 세계에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대전엑스포는 속칭 '대박'을 쳤다. 관람객 수는 1450만 명을 기록, 당시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파가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93개 전시관에는 역대 엑스포 최다 108개국 33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당시 산업연구원은 대전엑스포의 경제적 효과로 생산 유발액 3조 643억 원에 21만 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낳았다고 발표했다.

1993년 대전은 대한민국 최고의 '꿀잼' 도시이자 거대한 '과학 실험실'이었다. 국내 기술로 제작된 첫 인공위성 '우리별 2호', 인공지능 이동로봇 ‘케어2’ 등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기술이 현실이 됐다. 대전엑스포는 과학기술을 쉽고 친근한 것으로 만들어 전 국민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러나 폐막 후 전시관 사후활용에 대한 아이디어가 부족한 게 옥에 티였다. '엑스포과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운영을 지속했지만 적자가 누적됐다. 2011년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부지를 시민을 위한 복합 휴식공간으로 조성하는 '재창조 사업'을 본격화했다. 첨단영상단지, 전시컨벤션센터 등으로 부활시킨다는 계획으로 2021년 마무리됐다.


'바다'를 주제로 치러진 여수엑스포는 '빅오'쇼 등 관람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부산일보DB '바다'를 주제로 치러진 여수엑스포는 '빅오'쇼 등 관람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부산일보DB

■ 해안도시 여수의 기적

2012년 5월 12일 개최된 여수엑스포는 19년 만에 열린 국내 두 번째 엑스포였다. 해수면 상승 등 전세계적으로 해양 생태계 파괴에 관심이 높던 시기였던 만큼 천혜의 바다를 품은 여수는 엑스포 개최지로 적합했다. 전 세계 104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가했다. 여수엑스포 개최를 통해 생산유발액 12조 원, 7만 9000여 명의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됐다. 총관람객 수는 약 820만 명으로 지방의 작은 해안도시에서 거둔 기적과 같은 성과였다.

여수엑스포는 바다를 위한 박람회로 최첨단 해양기술과 장비를 접할 수 있었고, 참가국의 다양한 해양문화를 만날 수 있었다. 박람회장 앞 바다에 설치된 지름 35m의 초대형 원형분수 '빅오(The Big-O)'가 단연 인기였다. 워터스크린에 홀로그램 영상을 띄웠고 K팝 공연 등 매일 밤 축제가 이어졌다. 즐기기만 한 건 아니다. 세계해양포럼 등 학술대회가 열렸고 해양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모으기 위해 '여수선언'도 발표했다.

대전엑스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도 빛을 발했다. 폐막 후 '빚더미 애물단지'라는 우려를 막기 위해 사후활용에 관한 특별법인 '여수박람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최근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박람회 정신을 계승하는 사후활용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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