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시가전 성패 달린 ‘하마스 땅굴’ 입구서 총격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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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무장대원 다수 사살
땅굴 군사시설 집중한 중추 기반
길이 500km 넘어 파괴 어려워
레바논 등 주변으로 확전 우려

가자지구의 한 소년이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시가지를 바라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가자지구의 한 소년이 2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시가지를 바라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최후통첩으로 대규모 시가전이 임박함에 따라 가자지구 주변에서 지상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무장대원은 일명 ‘하마스 땅굴’로 알려진 지하 터널(땅굴) 입구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향후 시가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예상되는 땅굴을 무력화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9일(현지 시간) ‘가자 지하철’ ‘하마스 땅굴’로 불리는 방대한 지하 터널을 통해 나온 하마스 무장 대원과 터널 입구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이 교전에서 무장대원 다수가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박격포 여러 발이 오고 갔으며, 인근 네티브 하아사라 지역에 공습 사이렌 경보가 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군은 "지상군은 하마스 집결지 두 곳을 대상으로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할 것을 공군에 요청했다"며 "이를 통해 여럿을 사살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시가전을 앞두고 하마스가 땅굴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발전기를 사용한다거나 가자지구 최대 병원 지하에 하마스 사령부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땅굴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하마스의 땅굴은 무기고와 지휘통제체계가 집중된 군사시설인 동시에 각종 물자 밀수 등 지하 경제도 지탱하는 중추 기반이어서 결국 땅굴에서 전쟁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하마스의 땅굴이 밀입국과 밀수 통로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는 이스라엘군에 심각한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며 땅굴을 밀수, 전투 등 용도로 분류했다.

이집트와 연결돼 무기와 다른 물자들을 몰래 들여오기 위한 땅굴은 하마스가 통제한다. 밀수품에서 얻는 이익을 일부 챙기는 대가로 하마스와 다른 무장세력이 운영을 허용한 상업용 땅굴도 있다.

전투용 땅굴은 이스라엘에 침투하며 진지에 폭발물을 설치하거나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하는 데도 쓰인다. 하마스에 5년간 억류됐다가 2011년 팔레스타인 재소자 1000여 명과 맞교환 석방된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도 땅굴을 통해 납치됐다.

하마스는 조립식 콘크리트 패널로 터널의 규격을 높이 1.8m, 폭 0.9m로 땅굴 크기를 표준화했다. 길이는 500km 정도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땅굴 탐지·파괴를 전담하는 '야할롬', 터널 내 지리 파악 로봇을 갖추고 지하 전투 훈련을 받은 '사무르' 등 하마스의 땅굴을 겨냥한 특수부대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땅굴을 손쉽게 파괴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은 땅굴에 침투하기보다는 지하 구조물 파괴용 폭탄인 '벙커 버스터'나 일명 '스펀지 폭탄'으로 지하 터널을 무력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쟁의 '두 번째 단계'를 선언하기 하루 전인 27일 하마스가 구축한 터널망이 광범위해 지상전이 길고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가자지구 지상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전쟁이 레바논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할 위험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레바논 내 자파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의 접경 도시인 나하리야를 향해 미사일 16발을 발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내 표적 여러 곳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로켓·박격포 등으로 공격을 가했다. 이에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내 무장대원들의 거점 3곳을 타격하고 이스라엘 국경 내로 침투하려던 무장대원들을 사살했다고 하가리 소장이 말했다.

특히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배후로 꼽히는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시온주의(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이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혀 확전 우려를 키웠다. 이밖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남성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는 등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10명으로 늘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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