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30년의 KIOST와 세계해양포럼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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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OST, 세계해양포럼서 50주년 스페셜 세션
사회 문제 해결 위한 해양과학특구 설립 제안
기술 상용화·창업 지원 공동지주회사도 추진
지역경제·도시 발전 비전 위해 민관 관심 절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마련한 50주년 기념 KIOST 스페셜 세션이 있었다. KIOST는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연구소로 시작해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인력 8명, 예산 1억 1270만 원으로 출발한 조직은 50년 만에 부설기관을 포함해 인력 2000명, 예산 4600억 원을 운용하는 세계적 수준의 종합 해양과학기술 연구·교육기관으로 성장했다. 2017년에는 부산 영도구 동삼동으로 본원을 이전해 해양클러스터 시대도 열었다.

KIOST는 스페셜 세션에서 지난 50년의 성과를 개괄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공개했다. 특히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양과학특구를 제안하고 KIOST 홀딩스 설립 계획도 상세히 소개했다.


KIOST는 영도 해양클러스터가 해양 관련 기관을 한 곳에 모아두었을 뿐 실질적인 기관 간 상호작용은 끌어내지 못했다고 보고, 연구와 산업, 교육, 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지역 확산형 모델로 해양과학특구 설립을 제시한다. 눈에 띄는 것은 해양과학특구를 기존의 연구개발특구와 달리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희철 KIOST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발제에서 “해양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연구기관의 역할을 과거의 과학적 현상 연구 중심에서 사회적 현안 해결형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며 “해양 전문가들 또한 이제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에 공헌하는 것에서 자부심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과학기술 공동기술지주, 가칭 KIOST 홀딩스는 신기술 창업 전문회사인 지주회사를 설립해 해양수산 유망기술의 상용화와 연구소기업 등 창업 기업을 지원하고, 해양수산 R&D(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높여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상한다. 특히 해양과학특구와 연계하면 창업 기업에 기술과 자금, 장비, 인력과 테스트베드까지 지원하는 국가 공공기술 사업화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IOST 홀딩스에는 국립수산과학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극지연구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해양환경공단, 부경대학교, 한국해양대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내년 3분기 자본금 100억 원을 출자해 설립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00% 출자해 2010년 출범한 ETRI 홀딩스는 선도 사례다. ETRI 홀딩스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최초의 기술사업화 회사로, 코스닥상장 기업을 포함해 여러 연구소기업을 설립해 ‘돈 버는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세계해양포럼 KIOST 스페셜 세션에 패널로 참가한 ETRI 중소기업사업화본부 김서균 책임연구원은 “공공기술 사업화는 시장 파급 효과가 느릴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 목표 대신 출자금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잘 맞춰야 롱런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KIOST 홀딩스는 사업 7년차인 2030년까지 투자 유치와 펀드 조성을 더해 자본금을 288억 원까지 늘리고, 자회사 81개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준수 KIOST 홀딩스 설립 추진단장은 발제에서 “해양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기억력 개선 물질, 치매 치료 및 발모 촉진 효능 물질 등 KIOST가 보유한 유망 기술만 이미 수천 건”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7년. 외딴 섬 같은 연구기관의 벽을 넘어 지역 사회와 함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지역 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 성과가 지역 경제와 도시 발전으로 이어지는 KIOST의 비전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기후위기의 시한폭탄 앞에 해양과 해운·물류업계는 변해야 산다. 관건은 기술이다. 한 기업이나 업계만이 아니라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 국가와 지역사회, 때로는 국경을 넘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것이 올해 세계해양포럼의 핵심 메시지였다. 해양과학특구와 KIOST 홀딩스의 미래에도 부산시와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부산 시민의 지지가 절실할 것이다.

2030년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의 첫 중간 성적표가 나오는 해다. 다음 달이면 유치 여부가 결정될 부산세계박람회의 해이기도 하다. 제24회를 맞을 세계해양포럼에서 전 세계 해양 전문가들과 함께 해양과학특구와 KIOST 홀딩스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혜규 해양수산부장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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