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도 출신 소설가 오성은 씨 “마음 아픈 사람 많은 이 시대, 정말 필요한 게 문학”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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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부산 월드클래스 청년’ 선정
리포터·초빙 교수 등 다양한 활동
“슬픔과 어둠 위로하는 게 글의 힘”

“대학생조차 책을 읽지 않는 시대잖아요. 절망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부산의 미래를 이끌 월드클래스 청년에 뽑히게 돼 힘이 납니다.”

소설가 오성은(39) 씨는 ‘2023 부산 월드클래스 육성 10년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는 청년 3명에 최근 포함됐다. 부산시가 2021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숨은 청년 인재를 발굴해 글로벌 리더로 키우기 위한 사업이다. 3년 동안 최대 1억 원의 역량 개발비를 지원한다.

“올해가 3회째인데, 문학 분야로는 제가 처음 선정된 걸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제 소설의 해외 번역 출간, 국제 창작 워크숍과 도서전 참여 등에 역량 개발비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초빙 교수이기도 한 오 씨는 문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사진 에세이집, 영화음악 산문집을 낼 정도로 여러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음악가로서 직접 작사·작곡, 노래를 한 음원도 있다. 영화를 연출한 경험도 있다.

“첫 직업은 리포터였어요. 2010년에 부산 KBS의 ‘바다에세이 포구’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습니다. PD가 문학 청년을 찾고 있다고. 첫 촬영 때 새벽녘 전남 순천만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오래 남아 있습니다.”

1년 넘게 이어진 포구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냈다. 2014년 발간된 〈바다 소년의 포구 이야기〉라는 책이다. 부산 영도구에서 나고 자란 그이지만 ‘바다 소년’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애매한 나이, 서른 즈음이었다. 첫 책을 낸 뒤 그는 홀연 한국을 떠난다.

“‘나 이제 글 안 쓸래’ 하고 호주로 떠난 게 2015년이에요.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며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도서관에 앉아서 그 경험을 또 글로 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죠.”

호주 멜버른 한국어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N잡러’로 살아온 세월이다. 그리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외유의 기록을 모은 ‘여행의 재료들’이라는 책을 2017년 냈다. 진주가을문예에 중편소설 ‘런웨이’가 당선돼 2018년 등단에도 성공했다.

“음악으로 처음 예술을 만났고, 열정이 있었어요. 그때의 저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아서 이것저것 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꿈꿨던 것들에 한 번씩은 보답을 하려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 또 버틸 수 있었습니다.”

2021년엔 부산영상위원회의 ‘신진작가 멘토링 지원사업’에 선정돼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했다. 영화 ‘부산행’ ‘화이’ 등을 제작한 이동하 프로듀서에게 호되게 혼나면서 배웠다. “창작자로서 큰 도움이 됐던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더 뚜렷해 진 건 나의 언어는 소설에 조금 더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으로 소설집 〈되겠다는 마음〉을 냈다.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말을 지키고 싶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그는 다음 달 장편소설 〈라스팔마스는 없다〉 출간을 앞두고 있다. “문학이 뭐냐는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슬픔과 어둠의 자리에서 나약했던 자신을 만나 위로하는 일, 그게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은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게 문학이 아닐까요?”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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