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서울과 인재 유치 경쟁에서 이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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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지역 출신 의사·변호사도 결국 탈부산
서울, 부산 인재 빼앗는 경쟁 상대

인재 육성·유치는 지방정부 역할
좋은 기업 확보가 선결 과제

특정 분야 선택과 집중 정책 불가피
이차전지·블록체인 특성화고 필요

의대 정원 증대가 사회 이슈이다. 정부는 의대의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고, 의사협회는 반대한다. 의대 정원의 증원을 논할 때, 서울과 부산 사이에는 약간의 온도 차가 존재한다. 서울은 의대 정원 증대라는 대명제에 집중한다. 부산은 의대 정원의 증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인재 선발을 통해서 부산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의료인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반만 맞는 말이다. 지역인재를 선발하면 졸업하고 부산에서 의사 생활을 할 거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디 의사뿐인가?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로스쿨에서 수도권의 좋은 인재들을 뽑아서 3년간 정성껏 가르쳤더니, 변호사시험에 합격 후, 서울의 로펌으로 떠난다. 법률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도입한 로스쿨 시대에도 부산에는 여전히 변호사가 귀하다.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논문 실적을 낸 공학박사를 신임 교수로 임용하면, 실적을 쌓고는 서울지역 대학으로 옮겨간다.


부산은 이렇게 인재를 키워서 서울에 공급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할까? 아니 될 말씀이다. 부산이 가진 잠재력이 아깝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와 게임의 도시 부산이 서울의 위성도시로 주저앉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필자가 서울과 부산을 오고 가며 살아 보니, 부산은 서울 못지않게 매력적인 도시이다. 서울에서 쌓인 답답한 마음이 부산의 바다를 바라보면 뻥 뚫리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기분은 잠깐이고, 현실은 계속된다.

서울 못지않게 먹고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여건 수립에 시간도 걸리고 돈도 들 것이다. 여건은 누가 만드는가. 먹고살기 바쁜 부산시민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공의 역할이다. 그래서 지방정부가 있고, 정책담당자가 있는 것이다. 부산시민은 정책에 따르면 될 일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재 육성 발상이다.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재를 유치하는 관점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인재들 대부분이 서울 사람이 아니다. 부산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지역인재들을 키워내고 다른 도시에 뺏기지 않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재들이 부산으로 몰려들게 해야 한다. 인재들이 부산에 거주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부산 인재들도 다른 도시에 뺏기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산이 다시 살고 싶은 도시일지 모르지만, 부산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은 서울로 가고, 로스쿨이나 의과대학에 공부하러 부산에 잠시 공부하러 온 학생들도 졸업하기 전부터 어떻게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까 고민을 한다. 이유가 뭘까. 인재를 받아줄 기업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명확히 현실을 인식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명확한 현실은 서울은 부산의 인재를 뺏어가는 경쟁 상대라는 것이다. 경쟁 상대를 인식하지 않고 부산의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인재를 자꾸 뺏긴다.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서울과의 인재 유치 경쟁에서 승리할 방도를 수립해야 한다. 즉 인재를 유치하려면 기업 유치가 우선이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그다음이 어떻게 인재를 유치할까라는 정책 실무적 고민이다.

부산이 서울보다 모두 다 잘하려고 하면, 압도적인 인프라와 자원을 보유한 서울과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전략적으로 특정 분야를 선택한 뒤 예산과 인프라 투자를 집중한다면 서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나올 수 있다. 모두가 의대 정원만 이야기하는 지금이 부산에는 기회일 수 있다. 부산은 앞으로 급부상할 잠재력 있는 특정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재 양성에 리소스를 쏟아붓는 것은 어떨까? 그 인재들이 서울로 가지 않도록 10년 앞을 내다보고 취업 여건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면 인재를 품을 수 있는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 이차전지는 서울 못지않은 기업이 부산에 둥지를 틀고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의 속성을 띠고 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허락을 해 줘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부산시가 정책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준다면 서울의 블록체인 기업들이 부산으로 얼마든지 이전해 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부산이 인재 유치 전쟁에서 서울을 이기는 길이다. 전문 분야의 인재일수록 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차전지나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과학 분야가 그렇다. 조기교육의 시대이다. 전국 어디에도 블록체인이나 이차전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할 때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의 정책담당자들이여, 서울과의 인재 유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부산에 이차전지와 블록체인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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