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뛰는 금값 어디까지?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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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던 영식이었다. 가난을 면해보려고 무작정 덤벼든 게 금 캐는 일. 노력은 허망하게 끝나고 만다. 금줄을 찾으려다 멀쩡한 콩밭만 뒤엎어 한 해 농사를 다 망쳤기 때문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금 따는 콩밭’(1935년)은 한반도에 본격적인 금 채굴 붐이 일었던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금에 대한 열광은 일제의 수탈 정책이 빚은 사회적 현상이었다. 전국 곳곳에 광산이 생겨났고, 궁핍에 시달린 수많은 농민이 모여들었다. ‘노다지’라는 말이 나온 평안북도 운산 금광이 특히 유명했다. 단일 금광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였는데, 이에 힘입어 일본은 한때 금 생산 세계 4위를 자랑했다. 노다지는 당시 서양인 직원이 금맥을 발견하자 광부들에게 ‘손대지 말라’(no touch)고 소리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황금은 예로부터 태양의 상징, 혹은 태양처럼 높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금을 ‘신들의 피’라고까지 부른 것은 거기서 신성한 힘과 영원 불멸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귀금속의 제왕’은 금에 대한 동서고금을 막론한 수식어다. 영속성, 희귀성, 안정성, 아름다움 측면에서 최고라는 의미다. 어느 시대, 지역에서든 환금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까닭에 만국 공용 화폐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채굴된 금의 규모는 20만 1300톤. 미국 달러로 금액을 환산하면 약 7조 달러다. 현재 유통되는 금의 90%는 1848년 미국의 골드러시 이후 채굴된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금의 매장량은 5만 3000톤가량으로 추정된다. 소행성을 채굴하지 않는 한, 금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지구에서 금은 강력한 중력 때문에 대부분 내핵에 집중돼 있고, 지각에서 보이는 건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중력이 약한 소행성의 외부는 금 함량이 매우 높다.

최근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 금값이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여파로 국내 금값도 크게 들썩인다. 지난달 30일 1g당 국내 시세는 8만 682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동 분쟁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 자산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다. 3.75g 한 돈짜리 돌 반지 가격은 43만 원을 넘겼다. 조카 돌잔치에 금반지 하나 선물하는 것도 힘겹게 됐다는 푸념들이 들린다. 귀한 금붙이도 좋지만 비정상적인 가격 등락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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