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힘입어 문화·패션 박물관 도시로 변신 [로컬이 미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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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문화도시 4. 이탈리아 밀라노

폐공장 리모델링 밀라노문화박물관 비롯
노후 건물 고쳐 문화·전시공간 탈바꿈
홍보대사 아르마니도 창고를 박물관으로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에 문을 연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2층 로비. 올해 프리츠커상을 받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물이다.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에 문을 연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2층 로비. 올해 프리츠커상을 받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건물이다.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에 문을 연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2층 로비.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에 문을 연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2층 로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에 새로운 문화·전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세계박람회에 힘입어 오랜 건물들이 박물관으로 재탄생했고, 패션과 디자인 중심지로 거듭난 지역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9월 23일 밀라노 패션 위크 행사가 열린 토르토나 거리. 은빛 외벽을 지닌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입구에 도착하자 한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 무료 티켓을 건네며 전시장을 안내한 그는 반 고흐 전시만 유료라고 설명했다. 2015년 월드엑스포 때 박물관이 열렸냐는 질문에는 “당시 많은 외국인과 관광객이 찾아왔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1층 입구와 은빛 외벽.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1층 입구와 은빛 외벽.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1층 교육 공간.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1층 교육 공간.

MUDEC은 세계 문화 연구와 예술·디자인·패션 분야 교류를 사명으로 삼는 박물관이다. 1990년 밀라노 시의회가 매입한 폐공장이 25년 만에 1만 7000㎡ 문화·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데이비드 치퍼필드 작품이며 설계와 시공 등에 약 15년이 걸렸다. 기존 구상과 달라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월드엑스포 개최 등을 계기로 박물관 개관이 실현됐다.

세계적 건축가 건물에서 좋은 전시가 열리자 관람객 발길은 이어졌다. 층고가 높은 2층 로비로 향하자 곡선으로 감싸는 듯한 유리 벽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많았다. 같은 층에서 열린 반 고흐 전시에는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박물관 소장품이 시대별로 정리돼 있었다. 주말을 맞아 오전부터 ‘자화상’ 등 다양한 작품을 보러 온 이들로 붐볐다. MUDEC은 그동안 리히텐슈타인, 뱅크시, 샤갈, 몬드리안 등 다양한 유명 작가 전시를 선보였다.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2층 반 고흐 전시장 입구.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2층 반 고흐 전시장 입구.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에 전시된 반 고흐 ‘자화상’.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에 전시된 반 고흐 ‘자화상’.

입구에서 받은 무료 티켓은 ‘글로벌 밀라노에서 보는 세계’ 상설전에 쓸 수 있었다. MUDEC이 소장한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 다양한 동서양 유물을 전시한 자리였다. 도이치뱅크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된 중국 작가 루양의 미디어 아트 전시도 별관에서 무료로 열렸다.

월드엑스포는 MUDEC뿐 아니라 밀라노 여러 박물관 태동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5년 세계박람회 특별 홍보대사였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당시 브랜드 론칭 40주년을 맞아 MUDEC 인근 식료품 창고를 패션 박물관 ‘아르마니 사일로스’로 바꿨다. 월드엑스포 이틀 전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피어스 브로스넌 등이 참석한 개관식을 열어 분위기를 띄웠다.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글로벌 밀라노에서 보는 세계’ 상설 전시장에 있던 남미 대륙 유적들.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글로벌 밀라노에서 보는 세계’ 상설 전시장에 있던 남미 대륙 유적들.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별관에서 만난 도이치뱅크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된 루양의 작품들. 밀라노 문화박물관(MUDEC) 별관에서 만난 도이치뱅크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된 루양의 작품들.

부산도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면 문화·전시 공간 건립에 긍정적 신호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부산시가 추진하는 ‘이기대 예술공원’과 여러 박물관, 미술관 설립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밀라노(이탈리아)/글·사진=이우영 기자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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