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재운 다큐 영화 감독 “잠깐 멈추고 자연의 아름다운 얘기에 귀 기울였으면”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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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국립공원 ‘무경계’ 연출
환경과 생태 문제 관심 특집 보도
“K다큐 매력 세계에 알리고 싶어”

“우리가 잊고 사는 자연에 대한 감동을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사람들이 자연에 진심으로 감동하면, 파괴보다는 보존을 생각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맞닥뜨린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경계’를 연출한 진재운 감독의 말이다. 무경계는 올해로 지정 55주년을 맞은 한반도 국립공원이 주인공이다. KNN 기획특집국장이기도 한 진 감독은 약 10개월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 3부작 ‘한반도의 보석 국립공원’을 영화로 재구성했다. ‘물의 기억’ ‘위대한 비행’ ‘허황옥 3일’에 이은 진 감독의 네 번째 영화로,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95년 KNN 방송기자로 입사한 그는 기자와 프로듀서로 일하며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러닝타임과 편성 등 제약이 있는 TV 매체의 한계를 느껴 폭넓고 깊은 특집 보도나 다큐멘터리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갔다. 이는 곧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올해 2회째를 맞은 ‘하나뿐인 지구영상제’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진 감독은 “감독은 영화라는 무기로 사회와 사람, 자연을 심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진 감독은 이번 영화로 인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흔히 ‘자연에 압도된다’라는 표현을 쓴다. 사람이 자연에 정말 감동을 받으면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감정을 느끼고 나면 자연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또 “옛날에는 망가진 자연을 보여주고 고발하면 경각심을 가질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스토리텔링과 감동이었다. 관객이 불편보다는 평온을, 갈등보다는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한반도 국립공원 22곳의 뛰어난 자연 경관과 역사 이야기를 담았다. 산에서 약초를 캐며 사는 사람들,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녀, 섬마을에서 일생을 보낸 90대 할머니 등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을 국립공원 자연의 역사와 함께 엮어냈다. 진 감독은 “국립공원에는 문화재나 인문학적인 요소가 무궁무진하고,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도 풍부하다”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려 했다”고 강조했다.

‘무경계’라는 영화 제목에 대해 그는 “영화를 관통하는 이미지인 ‘물’의 이야기가 포인트”라며 “바다 속 산과 같은 섬, 그리고 안개가 낀 산은 물을 매개로 경계가 없는 하나의 자연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유럽과 아시아 등 총 11개국 17개 영화제에 수상 후보로 오르거나 상을 받았다. 진 감독은 “한반도의 자연과 가치를 다른 나라에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국제영화제 출품을 결정했다”며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사람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미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진 감독은 “영화 속 자연이 보여주는 모습처럼 잠깐이라도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여태껏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한반도 국립공원 이야기와 가치가 주목받는다면, 세계인을 감동시킬 ‘K다큐멘터리의 시대’도 열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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