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다자녀 지원 확대, 누굴 위한 정책인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부산시, 기준 변경해 혜택 확대 발표
요금 할인 등 위주, 오히려 부작용만
안전한 교육 환경·의료 확충 더 중요

부산시는 지난달 31일부터 다자녀 가정의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변경하고 다자녀 가정 지원을 확대했다. 또한 이달 1일에는 다자녀 가정 우대문화 확산과 출산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자녀 가정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부산시는 표면적으로 다자녀 가정 지원에 진심인 듯 보이지만 다자녀 가정 확대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효성이 없는 보여 주기식 행정으로 느껴진다.

먼저 시는 다자녀 가정에 가족사랑카드를 발급하고 다자녀 가정 우대 가족사랑카드 참여 업체를 통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가족사랑카드 참여 업체의 우대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테이블당 음료수 한 병, 음식값 1000원 할인 등에 지나지 않아 ‘우대’라고 하기에는 그 혜택이 매우 미미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혜택을 받으려면 다자녀 가족임을 입증하고 가족사랑카드를 제시해야 하는데, 우대를 해 주는 것이 아니고 구걸을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수긍이 간다.


다자녀 가정 지원확대 정책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시에서 제공하는 다자녀 가정 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세 자녀 가정은 도시철도 운임 감면, 광안대교 통행료 면제, 상하수도 요금 감면, 학교 우유 급식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두 자녀 가정은 여기에서 제외된다. 심지어 두 자녀 가정은 시에서 관리하는 시청 부설주차장 요금 감면 지원사업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다자녀 가정이지만 다자녀 가정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이것을 다자녀 가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다자녀 가정 지원확대로 말미암아 혜택을 받기는커녕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시 산하 부산국민체육센터는 지난달 19일 센터 홈페이지에 다자녀 할인 대상자 급증으로 꿈나무체능단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 내년 2월까지만 운영한 뒤 문을 닫겠다는 공지를 올렸다(현재는 공지를 지운 상태이지만, 그 속사정은 이미 밝혀진 것과 다름없다).

꿈나무체능단은 어린이들에게 체육, 미술 등을 가르쳐 주는 교육과정인데 다자녀 할인 대상자가 10%에서 77%까지 급증하는 바람에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다자녀 혜택 대상자 증가에 따라 공공 체육시설에서는 이용 요금을 인상해 적자를 보전할 공산이 크다고 한다. 이용료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해 이용료를 인상해야 한다면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란 말인가.

다자녀 가정 지원정책 확대로 인한 문제점의 대부분은 예산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급작스럽게 정책을 추진한 데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정책을 뒷받침할 만한 예산만 확보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교부세 감소, 세수 부족이 불가피한 현실에서 관련 예산 확대는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최대한의 효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곧 우리의 문제가 된다.

다자녀 가정 지원정책의 목표는 자녀 양육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데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 광안대교 통행료 면제와 같이 자녀 양육과 출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자녀 수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뿐이다.

두 자녀, 세 자녀 할 것 없이 한 자녀라도 낳고 키우는 데 걱정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몇몇 불필요한 다자녀 지원정책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는 것보다 자녀 양육에 꼭 필요한 사업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책 목표 달성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평일 야간, 주말 오후까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부산에는 단 4곳밖에 없다. 아이를 안심하고 키우기 위해서,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다자녀 가정에 공영주차장 요금의 50%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효과적일까, 주차장 요금 할인 혜택에 쓰일 예산을 공공 야간 어린이병원을 확충하는 데 쓰는 것이 효과적일까. 자녀가 없거나 있거나, 자녀가 한 명이거나 세 명이거나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현재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다자녀 가정의 아빠로서 당연히 혜택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고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므로 혜택은 없어도 상관없다. 불필요한 혜택보다 우리의 모든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