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곳간 풀어라” 국힘 “무책임”… 예산안 공방 가열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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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확장 재정’ 거듭 강조
지역화폐 복원 등 예산 증액 요구
국힘, 민주에 예산안 협조 촉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정국 개막에 맞춰 ‘확장 재정’을 거듭 주장하며 ‘건전 재정’을 고수하는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국민들은 ‘경제 좀 살려 달라’고 절규하는데, 정부는 ‘건전 재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어떻게 이 정도까지 가계와 기업 고통에 무감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대통령 호통 한 마디에 증액하려던 본래 예산안이 사라져버린 것”이라며 “각종 연구의 매몰 비용을 생각하면 예산 삭감은 절약이 아니라 낭비다. 치명적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전액 삭감을 두고도 “이미 소득지원과 경제지원 활성화라는 이중 효과가 증명된 지역화폐로 신속히 내수를 회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가계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1년 한시로 ‘임시 소비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청년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청년 3만 원 패스’ 도입을 제안했다. 전세 대출 이자 부담 완화, 월세 공제, 3조 원 규모의 민관협력 금리인하 프로그램, 소상공인 가스·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위기를 맞은 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려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확장 재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이날 회견에 대해 “국가재정은 무한한 화수분이 아니라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건전 재정을 기본으로 물가안정과 민생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을 무작정 깎아내리기만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급증한 국가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가재정만 무한히 늘리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절망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IMF는 한국의 건전 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며 민주당의 정부예산안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토머스 헬브링 IMF 아태 부국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재정 건전화 정책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며 건전 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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