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병원 운영 중단 후폭풍… 김해 의료시스템 ‘메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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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이후 해결 과제 산더미
응급의료센터 새롭게 지정해야
보훈환자 위탁 대체병원도 진행
체불 임금·혈액 공급처 해소 시급
환자 불편 등 초기 혼란 수습단계


김해 중앙병원이 지난달 10일 운영을 중단하면서 지역응급의료센터와 보훈 환자를 위한 종합병원급 위탁병원, 혈액원 확보 등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경민 기자 김해 중앙병원이 지난달 10일 운영을 중단하면서 지역응급의료센터와 보훈 환자를 위한 종합병원급 위탁병원, 혈액원 확보 등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 중앙병원이 부도(부산일보 2023년 10월 6일 자 12면 등 보도)로 운영을 중단한 후에도 휴업이나 폐업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행정당국이 뒷수습에 나섰다. 지역응급의료센터 교체, 보훈 환자를 위한 종합병원급 위탁병원 지정, 혈액원 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김해시보건소에 따르면 의료법인 보원의료재단 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이하 중앙병원)은 지난 9월 부도를 맞고 지난달 10일 운영을 중단했다.

중앙병원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불거졌던 부분은 김해시의 지역응급의료센터 부재이다. 이에 김해시는 김해복음병원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이다. 경남도의 지정 여부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센터를 운영할 것으로 내다본다.

보건소 관계자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김해복음병원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일반 의사 2명, 간호사 10명을 보강했다. 향후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교체할 것”이라며 “면적·시설 기준 등도 보완하고 있다. 비상 상황인 만큼 빨리 지정해달라고 도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앙병원은 그동안 보훈 환자를 위한 종합병원급 위탁병원 역할도 해왔다. 경남동부보훈지청은 대체 병원을 찾기 위해 지난 2일까지 희망병원을 모집했고 김해복음병원, 강일병원, 조은금강병원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격성 평가 후 올해 안에 위탁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혈액 중간공급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앙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김해에 혈액 중간공급처가 없어 혈액이 필요한 의료기관은 창원까지 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해복음병원이 혈액 중간공급처 지정 절차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수술 시 필요한 혈액을 보관해놓는 기관이다. 김해복음병원이 보건복지부에 사업을 신청했고, 시설 보완과 장비 구비 등을 진행 중”이라며 “보완 제출 후 복지부 심의를 통해 최종 개설 허가를 받는다. 내년부터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병원이 현재까지 휴·폐업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김해시와 김해시보건소가 맡아야 할 후속 처리 과정도 복잡해졌다. 신고 후 진행할 수 있는 행정절차를 강제 이행하기도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휴·폐업 신고 시 진료기록부 등을 보건소장에게 넘겨야 한다.

김해시보건소에 들어선 중앙병원 진료기록 임시 발급처. 김해시보건소 제공 김해시보건소에 들어선 중앙병원 진료기록 임시 발급처. 김해시보건소 제공

하지만 김해시보건소는 지난달 23일 중앙병원에 남아있던 74만여 명의 진료기록을 보건소로 긴급 이관했다. 전기공급 중단과 직원 퇴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진료기록 훼손 등을 우려해서다. 지난달 25일부터는 직접 하루 100~120여 명에게 진료기록 사본을 발급하고 있다.

또한 시는 지난 1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양산지청을 방문해 직원 체불임금 규모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 추산된 체불 금액은 30~40억 원에 달한다. 정확한 금액은 이달 말께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자 400~500명은 직접 노무사를 위임해 간이지급금 신청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해시보건소는 혼란스러웠던 한 달 전의 상황이 이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밝혔다.

김해시보건소 허목 소장은 “하루 1000명에 달하던 중앙병원 외래환자들이 다른 종합병원들로 이동하면서 초기에는 병원이 붐벼 환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나아진 상태”라며 “입원환자들도 옮겨가 김해지역 병상 가동률도 60%에서 80% 수준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허 소장은 “경남도에 휴·폐업 신청 없이도 병원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해 놓았다”며 “의료 공백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997년 외동에 150병상 규모로 문을 연 중앙병원은 이후 452병상 규모로 성장하며 경남 김해지역 대표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의사 56명, 간호사 372명 등 직원 661명이 근무하며 시민 건강권 보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 27일 중앙병원이 갑자기 부도를 맞으면서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병원 직원들은 물론 김해시민들도 충격에 빠졌다. 부도 원인으로는 무리한 신축병원 건립과 경영진의 부실 운영이 거론된다. 결국 병원은 지난달 10일 운영을 중단했다. 환자도 직원도 모두 떠났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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