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월드 클래스] 우리는 전쟁에 책임이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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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장

전쟁 기사는 역시 힘들다. 신문에 쓸 사진 한 장을 고르기 위해 수많은 잔혹한 사진을 거쳐야 하고, 한 개 지면에 핵심 뉴스를 담아내기 위해 인간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무수한 기사들을 읽어내야 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자 전쟁 기사를 다루는 기자들의 트라우마 치료가 필요하단 얘기가 괜히 나왔던 게 아니다. 가슴에 구멍을 내는 사진과 기사들은 마감을 한 뒤로도 일상을 맴돈다. 종군기자를 향한 존경과 미안함은 폭격으로 인한 기자 사망 소식을 접할 때마다 더해진다.

그 중 잔상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잿더미 속 아이들의 두려움 가득 찬 눈빛이다. 눈을 뜬 채 시신이 된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기도 있다. 아이들 눈에 담긴 피눈물, 몸에 난 핏자국은 어른인 내게 “그래서 너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죽어나가고 형제가 죽어나가고 저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당연히 살아남아 원수를 갚겠다고, 뼈 속 깊이 새기지 않을까.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상황 특별보고관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제는 지난 7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전은 향후 더 극단적인 세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들에게는 그 작은 몸에 깊은 트라우마가 배어 있으며, 너무 많은 희망이 파괴됐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장저항으로부터 멀어지기는 어렵다고 부모들은 걱정했다. 누군들 제 자식이 무장조직에 들어가길 바랄까.

알바네제 보고관은 국제사회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번 전쟁은 국제사회가 그동안 팔레스타인 인권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압을 무시한 결과라고. 그들이 평화적으로 저항하고 국제형사재판소 같은 국제법을 동원하면 국제사회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그래서 국제사회가 이번 전쟁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지난 6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잔학 행위 영상을 한국 언론에 공개하며 가자지구 인명 피해만 주로 다루는 국제적 언론 보도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은 날이 갈수록 더 싸늘해지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소아 집중치료 의사이자 소셜 플랫폼 가자메딕 보이스 공동 창립자인 탄야 하즈-하산 박사는 BBC뉴스에 출연해 “가자 사람들은 지난 3주 동안 최소 2명의 가족 구성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이 주장하는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일시 중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을 죽이기 전에 미리 영양분을 공급하고 물을 공급하겠다고 일시 중지를 합니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당장 폭격을 멈춰야만 합니다.”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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