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도 안간다…낙동강 오리알 된 거제시 행정타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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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어 소방마저 다른 곳 이전 확정
“조성 공사 늦어져 마냥 기다릴 순 없어”
사건·사고에 신속 대응 당초 취지 실종
시, 민간사업자 손실 분쟁도 골칫거리

거제시 옥포동 고갯마루에 자리 잡은 거제소방서. 1990년 지어진 노후 청사로 인력과 장비가 늘어나면서 한계에 닿았다. 부산일보DB 거제시 옥포동 고갯마루에 자리 잡은 거제소방서. 1990년 지어진 노후 청사로 인력과 장비가 늘어나면서 한계에 닿았다.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행정타운 조성 사업(부산일보 11월 9일 자 11면 등 보도)이 결국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경찰서에 이어 소방서마저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두 기관을 축으로 구상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더는 쓸모가 없어진 셈이다. 시는 다른 활용 방안을 찾기로 했지만, 130억 원 규모 손실금 보전 분쟁 등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5일 거제시와 거제소방서에 따르면 양측은 최근 새 소방청사 부지로 ‘옥포조각공원’(옥포동 산 79의 2 일원 44필지)을 확정하고 신축 이전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옥포조각공원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옥포국가산업단지 내 여유 부지 중 일부다. 본래 한화오션 소유였는데, 2021년 거제시에 지방세 대신 물납하면서 시유지가 됐다. 산단 지원시설용지 4만 9805㎡에 녹지 850㎡ 등 총 5만 655㎡다. 현재 임시 주차장과 간이 체육시설로 활용 중이다.

이미 시는 소방서 이전에 필요한 도시개발계획 용역비를 추경에 편성했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유재산심의, 관리계획 의결, 토지무상사용허가 등 행정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새 소방청사 신축에 필요한 면적은 1만 7000㎡ 남짓이다. 여기에 지역민을 위한 재난안전체험장도 마련된다. 총사업비는 3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소방서는 내년 도 예산으로 설계비를 확보해 이듬해 밑그림을 완성하고, 2026년 첫 삽을 뜨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내 개청도 가능하다.

옥포동 고갯마루에 있는 현 청사는 1990년 지은 노후 시설이다.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증가한 소방민원 수요에 맞춰 최초 82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가 현재 320명으로 늘고 장비도 대폭 보강됐지만, 낡고 비좁은 청사로는 수용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현장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던 중 거제시가 경찰과 소방을 중심으로 한 행정타운을 제안하자 입주를 결정했다.


거제시가 행정타운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인 옥포동 산 177의 3 일원. 시공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지난 9월 새 사업자 마저 공정률 65%에서 공사를 포기했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가 행정타운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인 옥포동 산 177의 3 일원. 시공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지난 9월 새 사업자 마저 공정률 65%에서 공사를 포기했다. 거제시 제공

하지만 행정타운 부지 공사는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소방서는 대체지를 물색, 옥포조각공원을 낙점했다.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은 “현장 대원들에겐 절실한 문제”라며 “시와 협력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소방서는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정작 행정타운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소방서에 앞서 거제경찰서도 시에 ‘입주 불가’를 통보하고 대체 용지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타운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더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갖추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옥포동 산 177의 3 일원에 9만 6994㎡ 규모 공공시설 용지를 확보해 경찰서와 소방서를 입주시키는 게 핵심이다. 최초 (주)세경건설 컨소시엄이 2016년 첫 삽을 떴다. 공사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얼마 못가 공사비 조달에 차질이 생겼고, 공정률 12%에서 공사는 중단됐다. 이에 시는 대륙산업개발(주) 컨소시엄을 대체 사업자로 선정, 2020년 4월 공사를 재개했다. 그런데 공정이 진행될수록 돈이 되는 암석 대신 처리 비용이 더 드는 흙만 무더기로 나오면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결국 새 사업자도 공정률 65%에서 공사를 포기했다. 그러면서 시에 130억 원 상당의 손실 보전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거제시는 분재 해결을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요청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필요 시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입주를 희망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공공기관이 없다. 애초 구상한 행정타운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의미다.

거제시 관계자는 “공공용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준공되면 수요는 많다. 넓고 평평한 데다, 교통 환경 등 입지도 좋아 매각도 가능하다”면서 “가장 합리적인 활용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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