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자연으로부터의 소리와 질감, 색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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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교명·조현민·이가현 ‘미래 모으기’

부산현대미술관의 첫 연례전 ‘2023 부산모카 플랫폼:재료 모으기’에는 예술의 언어와 형태로, 환경과 생태계로부터의 정보화된 기록들을 활용하고 변주를 시도하는 참여 프로젝트가 있다. ‘미래 모으기’는 자연과 인간이 주고받는 영향과 결과의 예측 불가능한 상호적 변주의 기록들을 수집하고 작품으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미술관이 위치한 을숙도는 물론 부산 곳곳에서 측정되고 수집된 기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리와 촉감, 기호와 기술의 다감각적 실시간 체험의 형태로 풀어낸다. 측정된 지역별 기후 데이터 수치들은 마치 생태계의 성장과 생존 활동의 모습으로 변화무쌍한 자연의 시간과 호흡 위에 소리와 크기, 질감과 색의 다양한 시각화된 기록으로 쌓이며 닮아있는 우리와 자연과의 교감과 공생의 필연적 서사를 만들어 간다.

날씨 측정 기기를 통한 기록은 음향 장비를 거쳐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도 되지만, 습지의 색과 질감으로 펼쳐진 캔버스 위의 화려한 그림은 오히려 인간의 파괴적 행위로 짓이겨진 자연의 서글픈 몸부림의 흔적으로 남을 뿐이다. 매일, 매시, 매분, 매초마다 변화하며 기록되는 기후 데이터가 하나의 기호화된 블록이 되어 쌓이고 올려진 ‘자연의 균형’. 이 작품에서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공생’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불균형의 위태로움이 마치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말라 비틀어진 나무의 아찔하고 서늘한 소리 없는 경고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듯하다.

프로젝트 참여 작가 신교명(1992년생)은 서울대에서 키네틱 조형과 기계항공공학을 전공하고, 이후 동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그 영향력은 인간을 넘어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신 작가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트랜스 휴먼 세대로 가기에 앞서 인간, 자연, 그리고 기술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작가이다.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과 상호 관계를 보여 주기 위한 방안 및 소재로 로보틱스, 폴리머 등의 현대 기술과 암각화, 한지 등의 전통적 소재를 복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한다.

신 작가는 2021년 5월부터 작동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로봇 이일오(Lee Il-O, b.2021)와의 페인팅으로 예술의전당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인공지능 로봇을 이용한 페인팅 외에도 디자인, 조형,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작업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한국교원대 박물관 등에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상민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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