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만난 바이든·시진핑… ‘충돌’ 피하고 ‘이익’ 손잡아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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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위기 딛고 관계 안정화 초점
군사채널 회복 등 공동 이익에 합의
갈등 이슈인 대만 문제엔 현상 유지
무역 규제 등 전략 경쟁 인식 차 확인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산책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산책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15일(현지 시간) 열린 미중정상회담을 관통한 키워드는 ‘구동존이’로 보인다. 구동존이는 ‘공통점을 찾고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의미로 중국의 오랜 외교 원칙으로 자리해온 것이다. 이 사자성어의 의미처럼 미중 양국은 군사채널 복원, 펜타닐 단속 등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일부 합의를 했으나 핵심 현안인 대만 문제 등 충돌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현상 유지를 하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력 충돌 방지 ‘가드레일’ 진전

대표적인 예가 군 대 군 대화 재개 합의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합의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며 미중 간 대화와 협력 채널을 대거 단절했는데 그때 단절 대상으로 포함된 것이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군사안보 협의체 회의, 전구 사령관 간의 통화 등이었다.

당시 중국은 양국 간 불법 이민자 송환이나 형사사법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등과 함께 마약 퇴치 협력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날 미중 정상의 군 대 군 대화 재개 및 펜타닐 관련 협력 합의는 양국 관계를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전으로 돌려놓는 측면이 있다.

특히 군사대화 재개 합의는 양국 관계의 충돌을 방지하는 ‘가드레일’ 구축의 의미가 있다. 미중 사이의 군사와 정상간 핫라인은 결국 남중국해, 대만해협 주변 등에서 양국 군함과 군용기 사이의 신경전이 불시의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막는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의 관리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문제도 당분간 현상변경 안 해

양국의 핵심 갈등 사인인 대만 문제의 경우 현상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시 주석에게 국내적으로 중대 성과로 포장할 수 있는 ‘선물’을 줬다. 반대로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 원칙은 유지하되, 향후 수년 안에 대만에 대한 대대적 군사행동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고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또 이날 합의는 양국이 국운을 건 치열한 전략 경쟁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은 건드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모두발언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의 책임 있는 관리”를 거론한 반면, 시 주석은 “대국 간 경쟁은 시대의 대세가 아니다”고 말하는 등 미중 전략경쟁을 둘러싼 현저한 인식 차이를 재확인했다. 또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부과한 고율 관세 폐지나, 첨단 반도체 장비 등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있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위기’ 동병상련 두 정상, 관계 안정화 초점

그럼에도 그간 미중관계가 갈등 일변도 양상 속에 최소한 공조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합의들은 진전으로 평가 받는다.

양 정상이 일부 ‘공약수’를 찾으며 성과 있는 회담으로 만들려 애쓴 것은 각자 처한 국내외적 위기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발을 담근 상황에서 중국과의 갈등 심화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의 대외 현안인 중국과의 관계만큼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내년 대선 선거전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이번 회담에 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부동산 버블 붕괴 위기, 청년 실업률 상승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 주석은 미중관계 안정화를 통해 미국의 첨단 기술 분야 대중국 견제와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의 예봉을 무디게 함으로써 내부 경제 성장세 회복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려는 의중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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