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가격 ‘꼼수인상’ 대응 나서자, 기업들 “정부 방안 나오면 준수할 것”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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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10월 되면 물가 안정” 공언해왔으나
실제 10월 물가 상승률 미국보다 더 높아
정부 “슈링크플레이션 엄중한 문제로 인식”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범부처별 공동 대응에 나선 가운데 특히 식품 물가를 낮추기 위해 전방위로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범부처별 공동 대응에 나선 가운데 특히 식품 물가를 낮추기 위해 전방위로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범부처별 공동 대응에 나선 가운데 특히 식품 물가를 낮추기 위해 전방위로 대응에 나섰다. 채소류와 같은 신석식품은 올해 기상여건이 나빠 전반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진행하는 마트·전통시장 할인 지원 사업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는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낮춘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특히 최근엔 식품업체들이 과자 등과 같은 가공식품 가격을 직접 올리는 대신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편법인상에 나서자 소비자 신고센터도 만드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1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의 ‘물가 잡기’ 총력전은 이달 들어 바짝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부는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책임관으로 하는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물가 현장 대응 컨트롤타워다.

지난 17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가격을 그대로 두지만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등 업계의 꼼수 인상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 자리에서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용량 축소를 통한 편법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이는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며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11월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신고센터도 신설해 제보를 받도록 하겠다”며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알권리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정부의 물가 대응 강도가 높아진 것은 정부가 그간 공언해 온 ‘10월 물가 안정론’이 빗나간 것과 관계가 깊다. 추경호 부총리는 여러 공식석상에서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하며 9월(3.7%)보다 오히려 더 상승했다. 이는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3.2%보다 더 높다.

이런 가운데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스킴플레이션’까지 등장하며 논란이 커졌다. 스킴플레이션이란 주스의 원액과즙량을 줄인다든가, 식품을 만들 때 쓰는 기름을 가격이 저렴한 다른 기름으로 대체한다든가 등이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한발 늦다는 지적도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업계의 오래된 관행으로, 글로벌 고물가 현상이 뚜렷했던 지난해 이미 해외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제품 용량을 변경할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독일 정부도 관련 입법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초코바·요구르트·과자 등의 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속출했지만 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응은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생필품 실태조사는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아직은 대책을 고민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가 제품용량을 줄일 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안을 마련하면, 이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 측은 자발적으로 소비자에게 제품 용량 축소 사실을 알리는 것은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기업들은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핫도그나 만두, 유제품, 초코바, 과자, 김 등의 용량을 줄였다. 예를 들어 핫도그는 한 봉지 5개에서 4개로, 김은 10장이 들어있던 것이 9장으로 줄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지금 제도도 없는데 소비자 고지를 안 했다고 비난하면 억울하다”며 “식품업체만 고지할 것이 아니라 유통채널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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