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손발, 생활 습관 개선이 먼저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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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냉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
양기 부족하면 몸 전체 차가워
기혈 순환 장애는 얼굴 열감도
심장 기능·신경계 문제도 원인
운동·족욕 등 혈액 순환 도와야
쑥뜸은 복부냉증 치료에도 효과


제세한의원 강동민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제세한의원 제공 제세한의원 강동민 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제세한의원 제공

체온은 정상인데 유독 손발이 차가운 사람들이 있다. 찬 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손발이 더욱 차가워지고 저림 등 고통까지 느껴져 일상생활이 어렵다. 이 같은 ‘사지냉증’은 한의학에서 다루는 주요 질병 중 하나로, 손과 발이 지나치게 차가운 증상을 말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사지냉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알아본다.


■기운 부족과 기혈 순환 장애

한의학에서 사지냉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기운의 부족이다. 주로 양기, 즉 따뜻한 기운이 부족해서 발생하는데, 대개 몸 전체가 차갑다. 양기가 부족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체질을 타고난 선천적 원인도 있고, 오랜 기간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이 잘못돼 비위를 비롯한 내장 기관의 기운이 부족해지는 후천적 원인도 있다. 양기 부족으로 인한 사지냉증은 신체 활성도가 떨어지는 노인에게서 쉽게 볼 수 있으며, 특히 여성은 아랫배가 차가운 복부냉증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두 번째는 기운의 불균형으로 인한 기혈 순환 장애다. 이는 양방에서 보는 혈액 순환 장애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주로 음혈이 부족한 경우인데, 몸의 중심부에 있는 열을 손발로 옮겨줄 수 있는 수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손발만 차가운 경우가 많고, 중심부의 열이 사지 말단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중심부에는 열이 쌓여 정체되기도 한다. 제세한의원 강동민 원장은 “갱년기 중년 여성들이 겪는 안면 홍조나 상열감이 바로 이런 기전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다”라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이런 경우 가슴이나 얼굴 부위는 오히려 열이 많은 경우도 있어 스스로 열이 많은 체질이라고 착각하고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거나 몸을 차갑게 하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체열의 순환 작용은 더욱 나빠져 사지냉증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해부학적·구조적 원인은

사지냉증의 구체적인 원인은 기혈 순환의 문제, 양기와 음기의 불균형, 내부 장기의 기능 이상 등 다양하다. 원인에 따라 치료 역시 다르게 접근한다. 사지냉증을 다시 해부학적·구조적 원인으로 분류하면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 심장의 기능이 약해진 경우다. 주로 선천적인 장애나 체질적인 문제, 노화로 인한 심장의 관상동맥경화 등으로 발생한다.

두 번째는 혈관의 문제로 심장에서 보낸 피가 말초인 손발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생긴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동맥경화가 생기거나 추운 날씨, 흡연, 장시간 앉아 있는 자세나 다리를 꼬는 등의 생활 습관으로 혈관이 수축해 발생한다.

세 번째는 고지혈증이나 혈액 관련 질환으로 혈전이 생기거나 혈액 성분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등 혈액 자체의 문제로 인한 경우다.

네 번째는 신경의 압박과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로 인한 신경계 문제이다.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혈액 순환의 문제가 아니어서 단순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는 호전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오랜 기간 원인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환자가 많다.


■전신 혈액 순환 개선해야

사지냉증의 치료는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단순한 약물 치료보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흡연자는 금연하는 게 좋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 순환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담배 유독물질이 말초 혈류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당분이 많은 음식이나 찬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몸 전체 근육의 활성도를 높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 반신욕, 족욕, 온찜질, 마사지 등으로 전신의 혈액 순환을 돕는 것도 좋다. 특히 발은 순환장애가 쉽게 오기 때문에 족욕과 발 마사지가 많은 도움이 된다.

한의학적인 치료로는 침, 뜸, 한약이 모두 효과적이다. 침은 막혀 있는 기혈의 흐름을 뚫어주어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한약은 비위를 포함한 내부 장기부터 따뜻하게 하는 이중탕과 사지의 순환을 돕는 사역탕,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 등의 처방이 대표적이다.

강 원장은 “쑥뜸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복부에 뜸을 뜨면 삼초의 양기를 도와 기혈의 순환이 좋아져 사지냉증뿐만 아니라 복부냉증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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