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세상을 향한 당당한 불화 선언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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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 시인 처녀 시집
‘부당당 부당시’ 출간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일요일 제공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일요일 제공

서유 시인의 첫 시집 <부당당 부당시>(시인의일요일)는 제목부터 부당하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부당한 것의 종류는 여럿이다. 시에 따르면 ‘하하하/참, 웃겨요//쓸모없는 것들이 태어나서 이렇게 쌓이고 있으니’ 같은 게 부당하다.

또 이런 것도 있다. ‘우리는 아침부터 혁명을 이야기했’으나 ‘왜 벌써 그쳤을까’, 또 ‘아무도,/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아도/견딜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의 육체는 모서리를 잃어 가는 말만큼 닳았고 헐렁해졌지만/나는, 애인은 이렇게/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엇비슷한 양상의 부당한 것일 테다.

5부로 나눠 58편을 실었는데 5부에 일련번호도 없이 ‘부당시’ 10편 연작을 묶어놨다. 그 시들에 ‘나쁜 년’ ‘이기적인 년’이란 구절이 보이는데 엄마나 언니가 그녀에게 그런 욕을 했다면, 삶에 그런 말이 새겨지는 일은 부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구절처럼 ‘몇 번을 읽어도 알 수 없는 제목을 붙여 놓고/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있다면, ‘모스부호처럼 띄엄띄엄 당신을 읽어’ 낼 수밖에 없다면 그것도 부당한 것일 테다. 그러니까 삶과 세계는 부당하고, 살아왔던 삶의 어떤 파편도 부당하기에 그는 부당시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쓰는 시인들을 겨냥해 쓰는 시는, 소통을 원하는 독자 입장에서 보면 부당할 수 있을 것이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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