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예술이 스며들면 평범한 하루도 달라질 수 있어요!”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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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재단 ‘기타 등등’ 결산

시민 1인 1악기 프로젝트
9개 공간 200여 명 참여
일상 속 생활문화 효과
“내년엔 기회 더 늘렸으면"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예감밴드' 연습 장면. 예감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예감밴드' 연습 장면. 예감 제공

“2년 차 참여 공간으로서, 훌륭한 취지와 뜻깊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내년에도 계속해서 더욱 내실 있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나눌락’ 박선영 대표)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자체 연주회나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료 클래스로 전환해 생활문화 커뮤니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2024년에도 진행 여부를 문의하는 분이 많았고, 재차 참여하고 싶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무사이’ 최용석 담당)

부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미연)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시행한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인 ‘기타 등등’이 마무리됐다. 부산 시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음악을 배우고 생활문화 속 음악 활동을 활성화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사업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1곳이 늘어 총 9개 공간 200여 명이 참여했다. ‘기타 등등’ 개최 기간은 공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5개월가량 걸렸다. ‘기타 등등’ 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알아본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해금 연주를 하고 있다. 무사이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해금 연주를 하고 있다. 무사이 제공

‘기타 등등’으로 배운 현장

단 두 줄로만 소리를 내는 국악기 해금. 해금의 청아한 소리의 매력을 발견하고 배워 나가는 이들이 있어서 <부산일보> 취재진이 두 차례에 걸쳐 찾아간 부산 북구 복합문화공간 ‘무사이’ 우해해(우쿨렐레, 해금 연주 해 봐요) 강습 현장. 해금이 흔한 악기가 아닌 만큼 배우기가 쉽지 않지만, 참여자들의 소감은 남달랐다.

해금 수강생 주소현 씨는 “줄이 두 갠데 이게 어떻게 소리가 날지 신기한 마음에 도전했다”고 말했고, 최숙희 씨는 “우리 국악기는 배울 기회가 잘 없었는데 해금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소영 씨는 “내 마음을 대신해서 읽어 주는 악기가 있다는 게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치료 효과가 있었다”면서 “같이 하자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유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동아리 활동처럼 배우기 시작한 해금이었지만, 이들은 연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음악이 주는 위로와 활력도 함께 느끼고 있었다. 두 줄의 울림은 그렇게 삶에 스며들고 있었다.

‘기타 등등’ 해금 강사로 참여한 백진주 연주자 역시 “‘기타 등등’ 프로그램을 통해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부산 시민들과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이어서 저 또한 활력도 생기고 도전 의식도 생겼다”고 밝혔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나눌락 싱어즈' 연습 장면. 나눌락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나눌락 싱어즈' 연습 장면. 나눌락 제공

이번에 다른 공간 ‘나눌락’을 찾았다. 평소 이곳은 아늑한 카페이자 연습 공간으로 주로 대여되지만, 정기적인 공연이 열리고, 지역 주민에겐 더 손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있다. 공간명 ‘나눌락’에서 알 수 있듯 음악으로 나누는 커뮤니티 스튜디오를 표방한다.

‘나눌락’에선 두 종류의 ‘기타 등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60~70대 지역 어르신으로 구성된 합창단 ‘나눌락 싱어즈’와 악기를 배우면서 실력을 늘리고자 하는 성인들이 주축이 된 ‘스몰 앙상블’이 그것이다. ‘나눌락 싱어즈’에 참여한 이예사 씨는 “(합창하는) 목요일이 기다려졌다”고 기대감을 나타냈고, 정우영 씨는 “자녀들이 결혼해 멀리 떠난 뒤 쓸쓸했는데 아름다운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자체가 너무 행복해 열심히 참여했다”고 즐거워했다.

최성혁 강사는 “기존 합창단 이미지를 탈피해서 파트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파트를 서로 접해 본 뒤 자기에게 맞는 파트를 스스로 찾아가는 프로젝트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나눌락 싱어즈’라는 말처럼 즐거움을 나누면서 힐링이 될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도록 시도했다는 것이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오션컬처팩토리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오션컬처팩토리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공간523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공간523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BOF아트홀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BOF아트홀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게네랄파우제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게네랄파우제 제공

이 두 공간뿐 아니라 나머지 다른 7곳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 강서구 녹산동에 위치한 ‘오션컬처팩토리’는 ‘우리 다가치 밴드 앙상블’을 운영하고, 사상구 엄궁동 ‘공간523’은 ‘기타리스트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음악 살롱’으로 우쿨렐레와 클래식기타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수영구 광안동 ‘필슈파스’는 ‘음.알.못 성장 프로젝트’로 클라리넷과 작곡 강습을 진행했다. 중구 대청동 BOF아트홀에선 ‘내면의 소리 찾기 프로젝트’로 ‘세상의 모든 음악(뮤지컬 갈라)’ 프로그램을 열고, 게네랄파우제는 ‘다 불게 해 드려요’라는 제목으로 클라리넷, 색소폰, 플루트 강습 시간을 마련했다. 부산진구 전포동 ‘예감’은 보눔콰이어, 보눔밴드를 구성하고, 해운대구 우동의 ‘비바아첼 챔버홀 아카데미’는 비바아첼 앙상블(비올라, 바이올린, 첼로)을 구성했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비바아첼 챔버홀 아카데미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비바아첼 챔버홀 아카데미 제공

참여 공간에서 내린 평가와 과제

‘오션컬처팩토리’ 관계자는 “참여자들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악기를 배우고 즐길 수 있고 밴드를 결성해 무대에 서면서 자신감을 갖게 돼 음악을 전보다 더 깊이 즐길 수 있게 된 점은 확실히 긍정적이지만, 사업 기간이 좀 짧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관계자는 “‘기타 등등’이 부산의 모든 지역구와 지역의 문화공간들이 연계돼 각 지역의 대표 생활문화 공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예감’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문적인 강사가 투입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예정 횟수를 초과할 정도로 참여자와 강사들의 열의가 넘쳤다”고 전반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양한 구성의 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지역 주민 밴드의 경우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나눌락’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강사의 수업 준비와 열의가 프로그램 퀄리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느꼈다”면서 “참여자들의 니즈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는 강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바아첼 챔버홀 아카데미’ 관계자는 “현악기 특성상 빠른 기간 안에 완성되기 쉽지 않아서 기량 습득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고, 앙상블 성격상 빠지는 파트가 있으면 연습이 원활하지 않아 애로도 있었다”고 밝혔다.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필슈파스 제공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 커뮤니티 문화 지원 사업 ‘기타 등등’ 참여 모습. 필슈파스 제공

‘필슈파스’ 관계자는 “음악을 알지 못하는 사람, 줄여서 음.알.못 시민들이었는데 지금은 프로젝트를 계기로 음악을 함께 공유하는 모임을 시작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눈에 보여 기뻤다”면서도 “배운 음악 장르나 형식, 연주법과 관련된 연주를 경험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고 전했다.

‘무사이’ 관계자는 “동네 가까이에서 생활문화에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한 뒤 “더 많은 참여자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BOF아트홀’ 관계자 역시 “16~20회의 연습에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매년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부산문화재단 조형수 문화공유팀장은 “생활문화 커뮤니티 ‘기타 등등’을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악기를 배우고 지역의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을 연계한 시민 주도의 자생적 생활문화 네트워크가 형성이 된 점이 눈에 띈다”며 “이를 계기로 예술을 통한 생활문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15분 도시 생활권’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는 생활문화의 가치가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각 공간별로 완성된 영상은 부산문화재단 컬쳐튜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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