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도 찾아냈다… 부산 실종자 20% 구한 ‘경보 문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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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장애인·아동 대상
실종 경보 문자로 98명 찾아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 있는 한 버스 정류소.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 있는 한 버스 정류소. 정종회 기자 jjh@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는 그 승객을 유심히 쳐다봤다. 문득 ‘사람을 찾는다’며 나이, 성별, 인상착의 등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본 게 떠올랐다. 경찰에 신고했더니 그 ‘실종자’가 맞았다. 버스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갈 뻔한 실종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21년 6월 도입한 ‘실종 경보 문자 제도’ 덕에 부산에서 실종자를 찾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치매 환자,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18세 미만 아동 등이 사라지면 실종자 정보를 휴대전화로 보내는 문자 메시지가 효과를 거둔 셈이다.

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지난 1일까지 부산에서 경보 문자를 활용해 실종자를 찾은 경우는 총 98건이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경보 문자를 총 481건 발송했고, 실종자 약 20.4%를 찾는 데 문자가 도움이 됐다.

경찰은 CCTV 등을 참고해 실종자 마지막 행적이 포착된 지역 등에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해 왔다. 문자에는 이름, 성별, 나이, 키, 몸무게뿐 아니라 실종 당시 옷차림 등이 담겼다. 문자에 첨부된 링크로 접속하면 마지막으로 포착된 CCTV 화면과 증명사진, 얼굴형과 머리카락 색깔 등이 담긴 페이지로 연결된다.

실종 경보 문자에 첨부된 링크로 접속하면 CCTV에 포착된 실종자 사진이 담긴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실종 경보 문자에 첨부된 링크로 접속하면 CCTV에 포착된 실종자 사진이 담긴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경보 문자는 정처 없이 이동하는 실종자를 빠르게 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월 영도구에서 실종된 80대 치매 환자는 중구에서 거리를 걷던 30대 연인이 발견했다. 연인이 문자에 나온 인상착의를 눈여겨본 덕에 9시간여 만에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어둠이 깔린 밤이라 문자가 없었다면 노인은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행방이 묘연했던 실종자를 문자 발송 20여 분 만에 찾기도 했다. 2021년 6월 부산진구에서 아침 산책을 떠난 70대 치매 환자는 다음 날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결국 경보 문자를 발송한 경찰은 23분 후 사상구 한 아파트 경비원 신고를 받고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다. 부산에서 경보 문자를 활용해 실종자를 찾은 첫 사례다.

일선 경찰들은 시민 관심이 높아지면 그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실종 경보 문자를 허투루 넘기지 않고 자세히 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며 “문자에 나온 실종자인 것 같다며 신고하는 분들이 꽤 많다”고 했다. 그는 “특히 치매 노인은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은 채 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위험에 빠지기 전에 실종자를 빠르게 찾는 데 문자가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에서는 국민 안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범죄 피의자를 잡을 때 경보 문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종 경보 문자 효과를 더 높이려면 실종자를 찾을 때 보상금을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마약이나 경제 범죄 등을 신고하거나 제보하면 경찰이 상금을 줄 수 있지만, 경보 문자를 보고 실종자를 찾아도 지급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부산 경찰은 실종자를 찾은 버스 기사에게 대신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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