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치료하면 치매 예방 효과까지” [명의와 함께하는 휴&락]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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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해운대백병원 백무진 교수 ‘난청’

사회적 고립, 우울증이 치매로 연결
청소년 10~20% 고음역 청력 저하
만성중이염 방치 땐 청각세포 손상
보청기 효과 없으면 인공와우 수술
양쪽 귀 청력검사 후 보험 적용 가려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위치한 한식당 정림에서 정영숙(왼쪽) 대표와 백무진(가운데) 교수가 약선요리를 즐기고 있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위치한 한식당 정림에서 정영숙(왼쪽) 대표와 백무진(가운데) 교수가 약선요리를 즐기고 있다.

난청은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을 말한다. 최근 이어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소음성 난청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청소년 10명 중 1~2명 꼴로 소음성 난청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난청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치매 위험도 높아진다. 그래서 제때 보청기를 착용하거나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난청의 다양한 증상과 인공와우 수술법 등을 해운대백병원 이비인후과 백무진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인터뷰는 약선요리 전문 한식당 정림(부산 동래구 수안동)에서 진행했다.

-난청을 의심해 볼 만한 초기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돌발성 난청처럼 갑자기 청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대개는 서서히 청력 저하가 일어나 뒤늦게 이비인후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대화가 어렵거나, TV를 볼 때 볼륨을 자꾸 올리거나, 귀에서 물이 나거나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는 가까운 병원에서 청력검사를 해보길 권한다.”

-소아는 스스로 증상을 느끼기 힘들 수 있을 텐데.

“정확한 의사표현이 어려운 영유아나 소아의 경우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작은 소리에도 반응을 잘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를 불렀을 때 반응을 보이는지, 언어발달이 시기에 맞게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방문을 추천 드린다.”

-귀에서 달팽이관까지 소리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전음성 난청은 어떻게 치료하나.

“소리의 전달을 저해하는 원인을 해결해 주면 청력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 환자의 경우 고막 안에 맑은 물이 차는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절개술 등을 시행한다. 외이도 폐쇄증이나 이소골 기형과 같이 태어나면서부터 해부학적 이상이 있다면 수술로 교정해 준다. 성인의 경우 만성 중이염이 가장 흔한 원인인데 전신마취하에 고실성형술로 염증을 제거하고, 소리뼈인 이소골을 재건해 준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착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백 교수.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착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백 교수.

-달팽이관의 소리를 감지하는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청신경에 문제가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어떻게 치료하나.

“영유아 난청 환자는 대부분 유전성 감각신경성 난청을 가지고 있다.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를 거친 후에 적절한 언어치료와 청각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성인은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과 소음성 난청이 주를 이룬다. 감각 및 신경기능이 영구적으로 파괴되는 감각신경성 난청은 청력을 되돌릴 수 있는 치료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보청기를 사용하여 난청의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청기로 해결되지 않으면 보청기와 비슷한 장치를 귀 주변에 삽입하는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만성 중이염으로 소리가 잘 안 들릴 경우 수술을 하면 호전되나.

“만성 중이염의 경우 염증의 정도와 이소골의 손상여부에 따라 유양동 삭개술, 고실 성형술, 이소골 재건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만성 중이염 환자들은 염증을 오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술로 염증 제거와 이소골 재건을 하더라도 손상된 청각세포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청력 회복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인성 난청이 생기면 치료 후에 정상 청력으로 돌아올 수 있나.

“노인성 난청의 경우 달팽이관 내 청각세포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이 유발된다. 현재 의학 기술로는 노화된 세포를 회복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정상 청력으로 돌아오는 치료는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 등을 통한 청각 재활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어폰을 오래 사용하면 난청이 온다는 게 사실인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이나, 소리가 크지 않더라도 이어폰을 하루에 6시간 이상 사용하면서 소음에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실시한 청소년 대상 청력검사 결과 10명중 1~2명에서 소음성 난청 초기 증상이 확인된 바 있다. 고음역대에서 청력이 떨어지는 소음성 난청의 소견이 자주 발견되고 있어 안전한 이어폰 사용 교육이 필요하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최대 음량의 60%이하로, 하루 60분 이상을 넘지 않게 하는 60-60 법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한다.”

-보청기는 한번 쓰면 평생 착용해야 하나.

“보청기는 외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증폭시켜 주는 장비이지 나빠진 청력을 호전시켜 주는 장비는 아니다. 따라서 난청이 발생해 보청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꾸준히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청각자극은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낮시간 동안은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보청기를 처음 착용하면 기존에 들리지 않던 소리까지 증폭돼 들리기 때문에 최소 한 달 정도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한번 착용하면 평생 착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기 보다는 안경처럼 보청기도 일상의 아이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 편하다.”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 수술 적용 대상은.

“달팽이관 안 신경세포에 이상이 생긴 고도의 난청 환자가 보청기로도 해결되지 않을 때 시도하는 수술이 인공와우 수술이다. 소리 신호를 전기 신호로 전환하여 달팽이관을 자극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성인의 경우 양쪽 귀에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양측 귀 70데시벨 이상)이 있으며, 문장언어 검사가 50% 이하인 경우에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된다. 물론 개인이 원할 경우 수술 받을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꽤 크다.”

-난청이 생기면 치매가 온다고 하는데.

“난청으로 대화에 어려움을 겪으면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치매는 유전적 요소가 60%이며, 나머지 40%는 당뇨, 비만, 고혈압, 육체 활동의 저하 등이 원인이다. 그 중에서도 중년에 시작된 난청이 8%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난청으로 인한 치매 예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절한 시기에 보청기를 사용해 청각 재활을 시행하는 것이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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