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 김해숙 “돌아가신 엄마에게 ‘미안해’ 말할 수 있다면…”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3일의 휴가’서 엄마 영혼 연기
“가까워서 못했던 말들 후회돼”
1975년 데뷔… 연기 도전 계속

배우 김해숙이 영화 ‘3일의 휴가’로 관객을 만난다. 쇼박스 제공 배우 김해숙이 영화 ‘3일의 휴가’로 관객을 만난다. 쇼박스 제공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복자는 하늘나라 백일장 대회에서 입상해 3일의 휴가를 받는다. 평생을 딸 뒷바라지를 하며 살았던 복자는 딸을 볼 생각에 마냥 설렌다. 그런데 이게 웬일. 미국 명문 대학교 교수였던 딸은 복자가 살던 시골집에서 백반 장사를 하고 있다. 복자를 연기한 배우 김해숙의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 담기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김해숙은 오는 6일 개봉하는 ‘3일의 휴가’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펼쳐낸다. 그가 연기한 복자는 영혼이라 딸을 만지지도, 부르지도 못하고 오직 볼 수만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해숙은 “부모님이 먼저 떠난 사람은 누구나 (부모님 영혼이 옆에 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며 “관객들이 이 영화에 동화돼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3일의 휴가’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는 배우 김해숙. 쇼박스 제공 영화 ‘3일의 휴가’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서는 배우 김해숙. 쇼박스 제공

그는 이 작품을 하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봤다고 했다. 김해숙은 “인간미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의 메시지와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하려고 겹치는 작품 없이 여기에만 몰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까 내 옆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하고 지나쳐가지 않나요. 제일 가까웠기 때문에 못 하는 말들이 있잖아요. 돌아가신 엄마에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못한 게 가장 큰 아픔이 됐어요.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쉬어갔으면 좋겠어요.”

복자의 딸을 연기한 배우 신민아와는 ‘진짜 모녀’처럼 가까워졌다. 김해숙은 “신민아 씨가 캐스팅 됐다고 해서 정말 좋았다”며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는데 성격도 비슷하고 지향하는 것도 비슷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민아 씨도 말이 없고 낯을 가리는데 사실 나도 그렇다”면서 “엄마와 딸 같은 느낌이 많이 나더라”고 했다. “민아 씨와 앞에 두고 서로 못 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장면들을 찍을 땐 감정 조절을 하느라 힘들었어요. 웃음이 터지는 장면에선 눈을 마주치다가 NG도 많이 났죠. 저는 실제로 100점짜리 엄마가 못 돼요. 일하느라 많이 못 챙겨줬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마 이 세상 모든 엄마가 그러지 않을까요?(웃음)”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3일의 휴가’ 스틸 컷. 쇼박스 제공

1975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해숙은 내년이면 연기 경력만 50년인 베테랑 중의 베테랑 연기자다. 지칠 법도 한데 쉬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살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박쥐’의 이기적인 엄마와 ‘도둑들’의 씹던 껌처럼 장르와 캐릭터의 폭도 넓다. 올해 공개한 작품만 해도 다섯 편이다. 이번 신작을 비롯해 드라마 ‘악귀’와 ‘힘쎈여자 강남순’ ‘마이 데몬’,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경성크리처’ 등이다.

김해숙은 “아무래도 나는 워커홀릭인 것 같다”며 “아직도 연기할 땐 첫사랑 하는 느낌처럼 설렌다”고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감, 현장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더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히딩크 축구 감독 말마따나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죠’.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