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흥주 부산문화 대표 “좋은 공연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큰 행복이죠”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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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통해 공연마다 소외계층 초청
“클래식은 누구나 향유해야” 신념 실천
2009년부터 좌석 기부 등 나눔 시작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가 11월 23일 부산일보 10층 강당에서 열린 제263기 부일여성대학에서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가 11월 23일 부산일보 10층 강당에서 열린 제263기 부일여성대학에서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클래식 공연기획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해 오면서 신념이 생겼습니다. 클래식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향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클래식 공연 전문기획사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는 지난 1일 개최한 공연에도 이 신념을 실천했다. 박 대표는 이날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BS부산오페라단과 함께하는 송년음악회-오페라 아리아의 밤’을 열어 장애인, 노인 등 문화 소외계층 230명을 초청한 것이다. 부산은행이 부산메세나협회를 통해 이번 송년음악회 문화 소외계층 초청을 지원했다.

“클래식, 시가음악회, 팝페라, 뮤지컬 등 올해 10여 차례 개최한 공연마다 문화 소외계층을 초청했습니다. 대극장 공연에는 200명을, 중극장 공연에는 50~100명을 초대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 4월 개최한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가곡과 아리아의 밤’과 6월 개최한 ‘시와 패션이 함께하는 시가음악회’에 각각 소외계층 200명씩 초청했다. 한국메세나협회, 부산메세나협회의 지원과 은산해운항공, 태원철강, 부산은행, 코코드론노블리아 등 지역 기업들의 매칭 협찬을 통해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박 대표는 올해 개최한 다른 공연에는 자신이 메세나 주체가 돼 비영리단체인 (사)문화복지 공감(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을 통해 소외계층을 초청했다.

박 대표가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나눔에 처음 나선 것은 지난 2009년 (사)나눔재단과 문화예술 공연 좌석 5%를 나눔재단에 기부하는 협약식을 하면서부터다. 그 뒤 박 대표는 2011년 7월 오페라 ‘투란도트’를 열면서 소외계층 400명을 무료로 초대했다. 모두 4차례 열린 공연에 매회 100명을 초청했다. “당시 좋은 공연을 제공하는 봉사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공연 수익과 관계없이 좌석을 내놓았습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과 점자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좌석을 배정했죠.”

박 대표는 2015년부터 (사)문화복지 공감을 통해 문화나눔을 지속해서 실천하고 있다. “이때부터 문화나눔을 본격화했고, 공연마다 소외계층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입니다.”

박 대표는 1995년부터 클래식 공연 기획을 시작해 지금까지 700여 차례 공연을 열었다.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가장 많이 대관한 공연 기획자인 그는 탁월한 관객 동원 능력을 지니고 있다.

“10여 년 전 클래식 공연 초대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많은 관객이 부담없이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만원의 행복’ ‘후원이사’ ‘기업회원 제도’는 이런 고뇌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는 후원이사제도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연회비를 내면 연 8회 이상 부산문화가 주최하는 공연의 최상급 티켓 제공 등 혜택이 있다. 200여 명에 달하는 후원이사들은 박 대표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또 연간 기업회원도 운영하고 있다. 공연마다 기업당 20명 단위로 초청하는데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동의대 경영대학에서 9년째 강의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행복을 전파하고 있다. “‘문화예술홍보전략’ ‘지역문화예술기획’ ‘예술콘텐츠기업의 창업과 홍보’ 등 세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어떤 과목이든 의무적으로 2개 이상의 공연을 관람하고 감상문을 제출하게 합니다.”

박 대표는 “내년 상반기 공연에도 소외계층 400명을 초청할 계획”이라며 연말을 맞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두 개의 호수로 갈릴리호와 사해가 있습니다. 사해는 물이 흘러들어오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소금기만 남은 죽음의 바다가 됐습니다. 갈릴리호는 주변에서 물을 받지만, 홍해로 계속 보내서 항상 깨끗하고 살아 있는 호수입니다. 우리 사회도 나눔을 실천한다면 갈릴리호처럼 항상 맑은 호수가 되지 않을까요?”


박흥주 대표가 11월 14일 동의대 국제관에서 ‘문화예술홍보전략’ 강연을 하고 있다. 박흥주 제공 박흥주 대표가 11월 14일 동의대 국제관에서 ‘문화예술홍보전략’ 강연을 하고 있다. 박흥주 제공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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