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오브제 ‘페트병’ 하나만 살아남은 지구의 몸짓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하야로비무용단 정기공연 ‘객’
8일 오후 8시 금정문화회관
정기정 안무, 환경 문제 다뤄

오는 8일 오후 8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무대에 오를 2023 하야로비무용단 정기 공연 작품 ‘객’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오는 8일 오후 8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무대에 오를 2023 하야로비무용단 정기 공연 작품 ‘객’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부산에선 한때 대학 동인 춤패의 전성기가 있었다. 1985년 1월 18일 신라대 무용학과 현대무용 전공자들이 모여 창단한 하야로비무용단은 그 출발을 알린 춤 단체였다. 창립 당시엔 하야로비현대무용단이었지만, 2009년 참여자 폭이 넓어지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근년 들어서 대학 무용학과가 잇달아 폐과하면서 더 이상 후배 춤꾼을 받지 못하자 개점휴업 상태의 무용단이 늘고 있어 그나마 명맥을 이어 가는 하야로비무용단 같은 존재는 귀할 수밖에 없다.

하야로비무용단 단원은 12명에 불과하다. 각자 이름으로 활동하면서도 ‘하야로비’란 이름으로 1년에 한두 번은 뭉쳐 왔다. 올해도 부산무용제에 신작을 올리긴 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지난 몇 년간 정기공연 무대는 하염없이 미뤄졌다. 오는 8일 오후 8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2023 하야로비무용단 신작 정기공연이 3년 만에 열린다. 지난 2021년부터 대표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정기정 안무로 ‘객(客)-인간은 주인이 아닌 손님으로 왔을 뿐’을 공연한다.


2023 하야로비무용단 정기 공연 작품 ‘객’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2023 하야로비무용단 정기 공연 작품 ‘객’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작품은 ‘탐(貪)-허(許)-파(破)-종(終)’의 4장으로 구성되고, 휴식 시간 없이 70분을 한 번에 내달린다. 그래도 작품을 보면 장과 장의 구분은 눈치챌 수 있을 거라는 게 정 안무가의 귀띔이다. 정 안무가는 “이번 작품은 환경 문제를 다루지만, 거창하게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자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이러니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총괄기획을 맡은 황종모는 “현대사회에서 삶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예술의 소임 중에서 환경 문제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이고, 현대인들이 인지하는 현실 문제 중에서도 매우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라며 “예술의 시대성 측면에서도 환경이라는 명제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2023 하야로비무용단 정기 공연 작품 ‘객’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2023 하야로비무용단 정기 공연 작품 ‘객’ 연습 장면. 하야로비무용단 제공

무대장식은 그 어느 때보다 심플하다. 시노그래퍼 백철호가 담당했다. 오브제도 2리터짜리 플라스틱 페트병 하나가 유일하다. 음악은 가야금을 타는 최경철에게 의뢰해 만들었고, 대본은 반민순이 작업했다. 이 외에도 무대감독, 의상, 조명, 음향 등으로 철저하게 분업화했다. 무용수는 박은지, 박소희, 정승환, 표예찬, 궁다빈, 박홍주, 정나원이 나온다. 이 중 박은지만 객원이다. 하야로비무용단은 지난해부터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예술가(단체)로 활동 중이다. 전석 1만 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