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양이를 아시나요?” 러시안블루 등 암컷 품종묘 20여 마리 집단 유기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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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곳곳에서 품종묘 유기 흔적
동물보호단체 구조…일부 부상·폐사
교배·사육 후 유기 가능성…수사 의뢰

경남 진주시 상봉동에서 발견된 엑죠틱숏헤어 품종 유기묘. 옷을 입은 채 버려졌다. (사)리본 제공 경남 진주시 상봉동에서 발견된 엑죠틱숏헤어 품종 유기묘. 옷을 입은 채 버려졌다. (사)리본 제공

경남 진주시에서 품종묘 집단 유기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곳곳에 2~3마리씩 버려져 있었는데, 교배·번식 후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일 동물보호단체인 (사)리본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초까지 진주시 초전동, 상평동, 망경동, 문산읍 등 지역 곳곳에서 품종묘들이 잇따라 발견되거나 구조됐다.

발견된 고양이는 엑죠틱숏헤어와 아비니시안, 러시안블루, 아메리칸숏헤어, 브리티쉬숏헤어 등의 품종으로 총 20여 마리에 달한다.

일부는 폐사한 상태였으며, 개인이 발견해 보호하고 있거나 도망간 사례까지 포함하면 버려진 고양이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강동국 리본 팀장은 “제보를 하나 받고 현장을 확인하던 중 품종묘가 버려진 사례가 더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보름 사이 20건 가까운 유기묘가 확인됐는데, 품종묘가 이처럼 한꺼번에 버려지기 힘들기 때문에 유기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품종묘 3~4마리가 발견된 진주시 상봉동 유기 현장.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동물보호단체에 신고했다. 김현우 기자 품종묘 3~4마리가 발견된 진주시 상봉동 유기 현장.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동물보호단체에 신고했다. 김현우 기자

발견된 고양이들은 대부분 인적이 드문 공단이나 공원, 공터에 2~3마리씩 버려졌다.

한 장소에 집단 유기할 경우 적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산 유기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발견 당시 고양이들은 대부분 굶주린 채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으며, 일부는 질병이 있거나 안구가 돌출되고 턱이 없는 등 큰 부상을 입은 고양이도 있었다.

특히 이들 중 대다수는 나이가 많은 암놈이었으며, 중성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의 한 수의사는 “암놈에 중성화가 되지 않았다면 브리더(사육사)가 교배나 사육 목적으로 기르던 품종묘일 가능성이 높다. 마리 당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교배를 시켜왔지만 나이가 들면 교배가 되질 않고 관리가 어려워 버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발견된 고양이 가운데 일부는 질병을 앓고 있거나 크게 다친 상태였다. (사)리본 제공 발견된 고양이 가운데 일부는 질병을 앓고 있거나 크게 다친 상태였다. (사)리본 제공

가정에서 돌보던 고양이는 수풀이 우거진 하천변이나 공터에서 생존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겨울이 오면 대부분 사망한다. 여기에 살아남더라도 생태계 상위 포식자가 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기 일쑤다.

(사)리본은 이번 품종묘가 버려진 현장 인근 차량 블랙박스와 CCTV 등을 확보하고 있다. 또 조만간 유기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강동국 팀장은 “말 못하는 동물을 상업용으로 이용하고, 또 쓸모가 없어지니 이 추운 겨울에 버렸다. 이건 고양이들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최근 이런 품종묘 유기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수사를 통해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앞으로 이러한 범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며칠 사이 진주에서 구조된 품종묘들. 대다수 나이가 많은 암놈이었으며, 중성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리본 제공 지난 며칠 사이 진주에서 구조된 품종묘들. 대다수 나이가 많은 암놈이었으며, 중성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리본 제공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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