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으로 보증금 180억 가로챈 집주인 검거… 피해자 구제책은 막막(종합)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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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부경찰서, 40대 남성 구속
사회초년생 등 피해자 149명 달해

부산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15일 남구 문현동 주택도시보증공사(HUG)앞에서 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15일 남구 문현동 주택도시보증공사(HUG)앞에서 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보증금 180억 원가량을 받아 가로챈(부산일보 9월 7일 자 2면 등 보도) '깡통주택' 전세 사기 피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막상 세입자들은 피해를 구제 받을 길이 막막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40대 남성 A 씨를 사기, 사문서위조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자신이 보유한 건물의 일부 세대 보증금을 낮추는 등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주택도시보증공(HUG)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허위 임대차계약서로 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취소되면서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만든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비정상적인 갭투자로 ‘깡통주택’ 11개 건물을 소유했다. 이어 A 씨는 “HUG 보증보험에 가입해 주겠다” “근저당권을 없애겠다” 등 여러 차례 거짓말을 통해 임차인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A 씨가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HUG가 보증보험을 돌연 취소하면서 다수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부채비율 한도 초과로 보증발급이 불가능한 건물을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시키기 위해 일부 세대의 보증금을 실제보다 낮춰 제출하는 등 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부채비율은 공동담보 설정 채무액과 임대보증금 합산액을 더해 주택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이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경우 보증 발급이 불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 수만 149명에 이르며, 피해 금액은 183억 6550만 원에 달한다.

경찰은 지난 9월 A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HUG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A 씨가 HUG에 제출한 위조 서류를 확보했으며, 이후 A 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하는 등 증거를 확보하고 A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A 씨 외에도 공모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 남부경찰서 박광주 서장은 “부동산 실거래가, 임대인이 소유한 건물들의 근저당권 현황 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 등 범죄에 대해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은 피의자 검거 소식에도, 뚜렷한 피해 대책이 없는 탓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HUG 보증보험을 믿고 계약했지만, HUG가 일방적으로 이를 취소한 탓에 전세 사기를 당하게 됐다며 HUG에 책임을 물었다.

앞서 피해자들은 정부가 HUG에 국무총리상을 시상한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HUG가 허위 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전세 사기가 발생했는데도, 국무총리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피해를 입은 정 모 씨는 “여러 차례 HUG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알아서 하시라’는 대답만 들었다”며 “HUG가 피해를 본 세입자들에게 금융, 법률적 지원을 하려 했지만 세입자들이 거부했다고 하는데 지원 안내를 받은 사실조차 없다”며 황당해 했다.

피해자 김 모 씨는 “허위 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HUG에 책임이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세입자들과 소통하면서 피해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면서 “또 우리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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