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지각 오픈, 대기하다 오류에 허탕”…모바일 통영사랑상품권 이용자 뿔났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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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모바일 상품권 판매 개시 지연
열악한 서버·수동 조작 탓 매달 반복
이용자들 “하필 바쁜 시간에…” 분통

모바일 통영사랑상품권 구매 화면. 판매 개시 시간인 오전 8시 정각에 맞춰 ‘구매하기’를 눌러도 ‘상품권이 모두 소진되어 구매가 불가합니다’란 문구가 뜬다. 독자 제공 모바일 통영사랑상품권 구매 화면. 판매 개시 시간인 오전 8시 정각에 맞춰 ‘구매하기’를 눌러도 ‘상품권이 모두 소진되어 구매가 불가합니다’란 문구가 뜬다. 독자 제공

경남 통영에서 맞벌이하며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김은주(43) 씨. 매달 첫 날이면 그의 아침은 유난히 분주해진다. 학교 갈 아이들을 챙기면서 ‘통영사랑상품권’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권은 오전 8시부터 모바일 앱을 통해 살 수 있다.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 상품권은 짧으면 2~3분, 길어야 5분 내 한도 소진이다. 김 씨는 혹여 늦을까 2분 전 알람을 맞춰 놓고 스마트폰으로 예약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도 매번 진땀을 뺀다. 오전 8시에 맞춰 ‘구매하기’를 눌러도 ‘상품권이 모두 소진되어 구매가 불가합니다’란 문구가 뜬다. 그렇게 1~2분을 씨름하다 운이 좋으면 대기 창이 뜨고 뒤늦게 ‘상품권 권종 선택’ 화면으로 바뀐다.

김 씨는 “늘 이런 식이다. 그나마 지난 달까진 참을 만했는데, 이번엔 10분 넘게 기다렸다. 그새 다 팔린 줄 알고 중간에 포기한 사람도 많다”면서 “공공기관이 판매하는 상품인데 알림이나 공지도 없이 매번 시간을 어기는 게 말이 되나”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남 통영시가 발행하는 지역화폐가 반복되는 늑장 판매로 원성을 사고 있다. 열악한 시스템 환경 탓에 공지한 판매 개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계속되지만 제대로 된 안내도 없어 이용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5일 통영시에 따르면 애초 ‘1일 오전 8시부터’로 공지했던 12월 모바일 통영사랑상품권 판매가 9분가량 지연됐다. 정해진 시간을 한참 지나서까지 ‘구매 불가’ 문구만 반복되다 8분을 전후해 ‘대기 00분’ 알림 화면으로 전환됐다.

시 공지를 보고 구매 대기 중이던 이용자들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이용자는 “7시 55분부터 대기. 애들 등교에 출근 시간도 빠듯한데 오전 8시 9분에야 열려서 계속 대기 12분에 결제하는데 결제 오류. 다시 하니 소진. 와~ 진심 ○○어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58분부터 대기해서 결국 못 샀네요. 괜히 애한테 화내고. 바쁜 시간 뭐 하는 짓인지”라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통영사랑상품권. 부산일보DB 통영사랑상품권. 부산일보DB

통영사랑상품권은 통영시장이 발행하는 무기명 유가증권이다. 전국에서 사용·환전이 가능한 기존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통영지역 내 영세 점포와 전통시장에서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백화점, 대형마트는 가맹점으로 가입할 수 없어 상품권 유통 수익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장점이 있다.

2020년 1월 지류 상품권을 시작으로 이듬해 1월부터는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 중이다. 모바일 상품권은 지역 내 7000여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구매 시 10% 할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1만 원권을 9000원에 사면 가맹점에서 1만 원어치 재화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가맹점 손실액은 통영시가 보전해 준다. 덕분에 오픈과 동시에 완판될 만큼 인기다.

문제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운영 환경 탓에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상품권 판매와 운용을 민간업체에 위탁 중이다. 그런데 서버 용량이 부족해 동시접속자가 많을 땐 응답 지연 현상이 발생한다. 월 한도 10억~15억 원, 인당 구매 한도를 25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동시접속자수는 최대 1만 명 내외로 추산된다.

통영사랑상품권. 부산일보DB 통영사랑상품권. 부산일보DB

통영시는 궁여지책으로 매월 1일 오전 9시였던 판매 시간을 8시로 1시간 앞당겼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용자들은 “제로페이를 시행한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서버 탓을 하나. 이 정도 동시접속도 감당 못할 정도면 설비를 증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지켜만 보는 통영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영시는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설정된 시간에 맞춰 시스템이 자동으로 오픈하는 게 아니라 근무자가 수동으로 열어 주는 방식이라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하는 과정에 일부 딜레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서 3번 정도 서버가 터지기도 해 보다 민첩하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 해법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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