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도 다가오는데…” 대기만 590가정, 부산 아이돌보미 부족에 맞벌이 발 동동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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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 미스매치에 처우까지 낮아
통합 플랫폼 접속 오류 등 불만도 숙제

부산 해운대구 한 가정에서 아이돌보미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한 가정에서 아이돌보미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에 사는 40대 맞벌이 가정인 A 씨 부부는 서구에서 1년 반째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A 씨는 “유치원생인 둘째 하원 이후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부터 우리 부부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봐준다”며 “아이돌봄 서비스가 없었다면 맞벌이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 부부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10월 기준 부산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은 약 4000가정인데 부산에서 아이돌보미와 매칭되기를 기다리는 가정이 590가정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돌보미와 이용자를 매칭해주고,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예산도 일부 지원하는 사업이다.

A 씨는 “개별적으로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보다 지역가족센터에서 검증된 아이돌보미를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센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서 아이돌봄 서비스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지만 지역에 따라 100가구 이상이 아이돌보미와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동래구나 해운대구가 대표적이다. 이용자 수요에 비해 아이돌보미 수가 적거나, 이용하려는 시간이 출근 시간과 아이 등·하원 시간에 몰려 원하는 시간대에 아이돌보미를 배치받지 못하는 ‘미스매칭’ 때문이다. 아이돌보미에 대한 처우가 올해 기준 시간당 9620원으로, 최저시급 수준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15년째 아이돌보미로 활동하고 있는 B(56) 씨는 “현재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유치원생 등원을 시켜주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는 다른 가정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지금 일에 상당히 만족하지만 아무래도 종일 봐주기를 원하는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 가기는 꺼려진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만성적 아이돌보미 대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방안을 내놨다. 인공지능 기반의 돌봄서비스 통합 플랫폼 구축, 내년부터 아이돌보미 민간 제공 기관 등록제 시행, 돌봄 인력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자격제도 도입 추진 등이 골자다.

실제로 아이돌보미와 이용자 사이의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돌봄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출시했다. 하지만 6개월째 접속 불량 등 오류가 잦아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이 때문에 이용자나 아이돌보미들은 플랫폼을 이용하기보다 각 지역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에 직접 전화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내년 아이돌봄 서비스 예산이 전국 평균 23% 이상 증가했고 관련 부산시 예산이 국·시비를 포함해 516억 원으로 늘었을 정도로 정부 지원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대기 문제는 미스매칭 해소로 풀어야 하고, 현재 가정 당 최대 960시간으로 서비스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 부분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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