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홈런 막는 '담장' 당분간 둔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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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개 구장 중 가장 적어





부산 사직구장의 외야 담장 철망 펜스. 부산일보DB 부산 사직구장의 외야 담장 철망 펜스. 부산일보DB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적은 홈런이 나온 야구장은 롯데 자이언츠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사직구장에서는 총 63개의 홈런이 터져 키움 히어로즈 홈 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65개)보다 2개가 적었다.

사직구장에서 홈런이 잘 안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구조 자체가 리그에서 가장 넘기기 어려운 구장이기 때문이다.

성민규 전 롯데 단장은 2022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 펜스를 4.8m에서 6m까지 높였다. 동시에 홈플레이트 위치도 뒤쪽으로 이동시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5m에서 95.8m, 가운데 펜스까지는 118m에서 120.5m로 늘렸다.

롯데는 올 시즌 타선의 장타력이 약해 홈런을 잘 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오히려 상대 타자에게 홈런을 줄줄이 헌납하는 마운드를 감안해 이 같은 고육지책을 썼다.

성 전 단장이 주도해 ‘성담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직구장의 외야 펜스는 사람이 떠났어도 당분간 그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홈 플레이트를 당긴다든지, 펜스 철망을 다시 철거한다든지 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홈런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올해 사직구장의 높은 담장은 확실한 ‘아군’ 역할을 했다.

롯데 타자들이 사직구장에서 친 홈런 합계는 36개이다. 반면 롯데 투수들이 내준 홈런은 27개이다. 전준우가 사직구장에서 홈런 8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았고, 유강남(7개)과 정훈(4개)이 그 뒤를 이었다.

‘성담장’이 처음 생긴 2022년 롯데는 36개의 홈런을 쳤으며, 40개의 홈런을 내줘 결국 손해를 봤다. 하지만, ‘땅볼형 투수’를 집중, 육성한 덕분에 올해는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형 롯데 신임 감독 역시 취임 후 기존의 구장 시설물 개조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야구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향후 구단의 기조가 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는 데이터 야구가 인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조금씩 나온다. 야구에 재미가 없어져 간다는 얘기로 들린다”면서 “(성적을 위한 데이터 야구와 재미있는 야구 사이에서) 어떤 게 옳은 방향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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