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상의, 화합보다는 변화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최세헌 경제부장

경선 갈 것 같던 부산상의 회장 선거
장인화 회장 전격 불출마로 일단락

양재생 회장 리더십에 상공계 촉각
화합형·안정보다는 혁신 위한 인사
상의 위상 높이는 초석 마련하길

지난 16일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차기 부산상의 회장 출마에 나선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부산상의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장 회장은 “현직 회장으로서 부산 상공계의 화합과 발전에 힘을 보태고자 연임을 포기했다”면서 “양 회장이 25대 상의를 잘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 회장과 양 회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부산 상공계 화합을 약속하며 포옹하고 손을 맞잡기도 했다.

이로써 다음 달 중순 임기를 시작하는 25대 부산상의 회장은 사실상 양 회장의 단독 추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렇게 마무리되기까지는 드라마틱한 과정들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4일 24대 부산상의 회장단은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신년 오찬 간담회에서 장 회장을 25대 회장으로 다시 추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어 같은달 17일 장 회장은 부산상의 회장 연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상공계 일부에서는 회장단의 추대를 두고 ‘밀실 추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 지역 경제 침체, 상공계 파열음, 부산시체육회장 겸직 등 장 회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목소리는 양 회장의 부산상의 회장 선거 출마로 이어졌다. 지난달 23일 양 회장이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부산상의 회장 선거는 3년 만에 다시 경선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열기는 뜨거워졌다. 장 회장과 양 회장은 각각 선거 캠프를 가동하며 지지세를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와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24대 초선 의원들이 장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차기 회장 합의 추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세력 과시용’ ‘줄 세우기’라는 비판을 받으며 과열 선거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선으로 갈 것 같던 선거는 이즈음 분위기가 급변했다. 과열 선거로 상공계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의 회장 등을 역임했던 상공계 원로들이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로들과 후보 간 회동은 잦아졌고 입장 차도 좁혀졌다. 결국 지난 5일 장 회장이 전격적으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양 회장의 단독 추대가 이뤄졌다. 지역 상공계의 화합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4일 회장단의 장 회장 합의 추대로 불거진 25대 부산상의 회장 선거는 지난 5일 장 회장의 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한 달만에 일단락됐다. 이제 남은 것은 향후 3년간 부산 상공계를 이끌어나갈 양 회장이 어떻게, 얼마나 잘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들은 양 회장이 과연 어떤 리더십을 보이면서 침체된 지역 경제와 지역 현안 등을 견인해 나갈지 지켜보고 있다.

그는 상의회장 선거 출사표를 던지면서 △대기업 부산 유치 △부산 상공인 화합 △권익 보호·지역경제 대변 △부산 발전·지역사회 공헌 △지속가능한 상공회의소 등 5대 공약을 발표했다. 양 회장은 “부산을 떠났던 인재들이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고 부산이 전 세계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뀌는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역의 문제점을 총망라했다. 하지만 ‘부산을 떠났던 인재들이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고, 부산이 전 세계에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뀌는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변화를 넘어 혁신이 필요하다. 혁신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화합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변화가 우선이다. 수동적인 관리보다는 역동성이 필요하다.

부산상의 회장 자리는 명예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봉사의 자리다. 부산 경제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화합형’의 회장단 구성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한 회장단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 조직의 안정을 위한 사무처 조직 개편이 아니라, 혁신을 추동하기 위한 사무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임기 3년이라는 시간은 어찌보면 변화의 완성을 이루기엔 짧을 수도 있다. 여러 현안을 처리하다보면 어영부영 시간이 가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상의 본연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의는 단순히 상공계의 친목단체가 아니다. 상공회의소법에 따른 엄연한 법정 단체다. ‘상의는 지역의 상공업계를 대표해 상공업의 발전을 꾀함을 목적으로 한다’를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산상의가 하는 일이 뭐 있냐’라는 비아냥마저 있는 현 상황에서, 실추된 부산상의의 위상을 높이는 초석만이라도 쌓는 게 상의회장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양 회장으로 대변되는 ‘된다 된다 잘 된다 더 잘 된다’는 초긍정적 행복 에너지. 그를 부산 상공계의 수장으로까지 오르게 했다. 이 같은 긍정 에너지가 지역 경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