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구와 기부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김태효 크레이지11 대표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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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이남 최대 축구 용품 판매업체
지역 브랜드로 자체 축구화 개발
2006년 설립 후 매년 기부 활동
아동센터 등 70회, 7억 상당 선물

“축구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축구는 11명이 함께 협동하는 운동이죠. 이타심이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고, 좋은 선수가 되는 건 더 어렵죠. 혼자서 할 수 없는 운동입니다.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혼자서는 절대 성장할 수 없죠. 우연한 기회로 기부를 시작했고, 축구와 기부로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부산에서 나눔의 미덕을 몸소 실천하는 사업가가 있다. 60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자랑하며,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축구 용품 판매업체 ‘크레이지11’을 운영하는 김태효(43)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매년 청소년들에게 300켤레 이상의 축구화를 선물하고 있다.

크레이지11은 2006년 ‘축구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모토로 온라인 몰로 시작됐다. 프로축구 선수들도 즐겨 입는 기능성 스포츠 언더레이어 ‘언더테크’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2016년부터 부산 수영구에 95평 규모의 ‘크레이지11 메가스토어’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메가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는 축구화만 해도 160여 종에 달한다. 거의 모든 브랜드의 축구화를 갖춘 셈이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축구화·축구 용품 판매 1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축구화는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또 출시 시기별로 사이즈와 착화감이 전부 다르다. 직접 신어 보는 게 가장 중요한데 축구화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매장은 드물다. 다양한 종류의 축구화를 만날 수 있어서 메가스토어를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신상 축구화를 직원들이 직접 신어 보고 리뷰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축구화와 축구 용품을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게 정보를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크레이지11은 자체 축구화 ‘에르모소 터치 TF화’를 출시했다. 2년간 디자인, 경량성, 스터드 등 발이 편한 축구화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입소문을 타고 출시 4개월 만에 800켤레 넘게 판매됐다. 김 대표는 “한국인의 발에 잘 맞는, 국내 인조 축구장에 가장 적합한 축구화를 만들려고 고민했다. 가볍고 발볼이 넓어 편하게 신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곧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에 버금가는 크레이지11만의 축구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크레이지11의 기부 활동은 2007년 시작됐다. 현재까지 기부 횟수는 70회를 넘고 금액으로 따지면 7억 원이 훌쩍 넘는다. 김 대표는 “온라인 몰만 운영하던 시절, 슬리퍼에 오토바이를 타고 매달 물류 창고로 직접 축구화를 사러 오신 분이 계셨다. 항상 4~5켤레의 아이용 축구화를 사 가셨는데, 알고 보니 영주성당의 신부님이었다”며 “매달 본인의 월급을 전부 털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선물하신 것이다. 매출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신부님의 소개로 송도 알로이시오 마리아 성당에 축구화를 기부했다. 김 대표는 “작은 선물에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내가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들더라. 나눔의 행복을 깨닫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시설, 소년의집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나눔의 정을 나눴다. 2017년에는 굿네이버스를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아이들에게도 축구화 2000족 등 1억 원 상당의 축구 용품을 후원했다. 지난달 22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저소득 가정 청소년을 위한 여성 용품 13만여 개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기부는 부를 가진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다”며 “우리 모두 ‘나눔의 용기’를 낸다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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