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교과서도 AI 시대?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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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과 인간 삶의 관계. 낙관론과 비관론은 늘 대립한다. 승패의 향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미래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이는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이라는 중대한 측면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교육 현실 깊숙이 이미 들어와 있다. 디지털 교과서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사실과 지식을 빠르게 반영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교육 자료와 연계하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교과서는 원형 개발(2008~2013년), 시범 개발(2014~2017년)을 거쳐 2018년부터 적용 중이다.

지금 대세는 인공지능(AI)이다. 이제는 AI가 디지털 교과서와 결합하는 시대다. 한국 정부가 이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영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 일부 도시가 아닌 국가 차원에서는 한국이 세계 첫 사례다. 추진 배경을 요약하면,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학생 모두를 인재로 키우는 맞춤교육 실현.’ 주입식 교육의 한계, 변화에 느린 서책형 교과서의 단점을 넘어서는 교육 시스템의 획기적 전환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예컨대 이런 의문들이다. AI 교과서가 그 많은 교사의 역할, 학생의 교육과정 등을 섬세하게 나누고 반영하는 게 가능할까. 학교에서 늘 같은 방식으로 정기 시험을 치르고 선다형과 단답형으로 된 수능 체계가 굳건한데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까. 아이들의 스마트 기기 중독과 문해력 저하를 한층 부채질할 것이란 걱정도 넘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읽기 능력이 떨어지고 깊은 사고를 훈련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결국 AI 교과서 도입을 유보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이 청원은 지난달 27일 동의자 5만 명을 넘어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야 새로운 디지털 기술 접목을 도외시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전면적인 AI 교과서 사용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 되레 아이들의 문해력과 학업 성취도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만큼 장기적인 연구와 검증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텍스트 이해력을 높이려면 초중고 시기에 물성이 있는 종이책의 활용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미래가 디지털화돼도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 먼저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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