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열효율·경제성 '일석삼조' 버너 개발 성공 [혁신기업 열전]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화진철강 김병수 대표

저탄소 고효율 버너 연구제작
'탄소중립 선도' 사업체에 선정
대기오염물질 90% 감소 효과
폐플라스틱 연료 활용도 장점

김병수 화진철강 대표가 4일 철근 가열로 공정에 도입된 친환경 저탄소 연소시스템 ‘에코플레임 저탄소 고효율 버너’를 둘러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화진철강 철근 가열로 공정에 도입된 친환경 저탄소 연소시스템 ‘에코플레임 저탄소 고효율 버너’. 화진철강 제공 김병수 화진철강 대표가 4일 철근 가열로 공정에 도입된 친환경 저탄소 연소시스템 ‘에코플레임 저탄소 고효율 버너’를 둘러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화진철강 철근 가열로 공정에 도입된 친환경 저탄소 연소시스템 ‘에코플레임 저탄소 고효율 버너’. 화진철강 제공

‘탄소 중립’이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위기 등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사용은 물론 연소 시스템 개발에까지 나선 중소기업이 있다. 포항에 위치한 철근 전문 압연업체인 화진철강이 주인공이다.

■탄소중립 해결,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화진철강의 철근 가열로 공정에 도입된 친환경 저탄소 연소 시스템 ‘에코플레임 저탄소 고효율 버너’(이하 저탄소 고효율 버너)는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방안을 모색하던 김병수(56) 화진철강 대표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철강 생산·가공업체의 핵심 공정인 철근 가열로는 작업 특성상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SCR(선택적환원촉매) 등의 설비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조달청의 지인 소개로 (주)에코플레임의 저탄소 고효율 버너를 접한 김 대표는 저탄소 고효율 버너가 SCR 설치가 필요없을 정도로 대기오염 배출을 저감시키는 것을 알게 됐다. 에코플레임이 개발한 저탄소 고효율 버너는 광주와 완도 등의 소규모 주택단지에 일부 보급돼 있었다. 김 대표는 광주와 완도를 직접 찾아 버너의 효율성을 점검했다.

저탄소 고효율 버너는 연소 시 필요한 산소를 대기 중 공기가 아니라 물에서 얻어내 외부공기 유입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덕분에 대기오염물질을 9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이에 김 대표는 에코플레임과 손잡고 저탄소 고효율 버너를 산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개발에 매진했다. 밤샘작업이 연이었지만, 김 대표는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일념 하에 꼬박 1년을 개발에 몰두했다. 김 대표는 1년 여에 걸쳐 회사 철근 가열로 공정에 설치된 버너 13개를 전부 교체했다.

연소되지 않는 각종 폐오일은 물론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폐플라스틱은 다른 연료에 비해 최대 50%까지 저렴해 연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해양 오염 등 전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폐플라스틱을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셈이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열해 만든 열분해유를 열에너지원으로 쓰는 시스템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저탄소 고효율 버너를 활용하면 폐플라스틱을 어떤 악취도 없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다 폐열을 통해 전력 생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환경오염 유발 물질 배출 감소는 물론 연료비도 30% 이상 줄어든 덕분에 화진철강은 저탄소 고효율 버너 교체 이후 연간 12억~15억 원에 달하는 에너지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전력생산까지 '일석삼조’

김 대표는 저탄소 고효율 버너가 산업 전반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특히 기존 연소 시스템보다 열효율성이 높아 악취 발생이 거의 없는데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완전 연소에 가까운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소각장 뿐만 아니라 전복, 굴 등 폐각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소각장에 스팀발전을 접목하면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다. 열에너지 사용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제조업종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

김 대표는 “저탄소 고효율 버너는 RE100 실현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이라고 자부한다”며 “화진철강은 철강업계 최초의 RE100 실현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화진철강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중립 선도플랜트 구축지원’ 사업 업체로 선정됐다. 탄소중립 선도플랜트 구축지원사업은 시멘트,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업종 중소·중견기업의 플랜트 구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산업부는 이들 기업에 공정개선, 장비교체 등에 필요한 자금을 2년간 최대 30억 원 내에서 지원한다. 산업부는 화진철강을 비롯한 선정 업체 12곳에 총 678억 원에 이르는 설비를 투자해 연간 약 7만tCO2eq(온실가스 환산량)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화진철강은 또 포스코DX와 함께 중저온발전(Organic Rankine Cycle)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2025년 말 시스템이 구축되면 연간 8억 5000만 원 상당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열효율, 경제성에 전기생산까지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저탄소 고효율 버너가 국가 주도의 탄소 중립 정책 기조에 꼭 맞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이 같은 시스템은 국가전략사업에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며 “이 같은 시스템이 널리 확산돼 한국이 RE100 실현의 최선두에 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