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넘나… 기준금리 두고 난감한 한은 [이슈 분석]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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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째 1300원 후반대 유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배경
고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 우려
기준금리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슈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조만간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환율 급등 우려가 높아지며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90.6원)보다 10.2원 내린 1380.4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 후반대에 줄곧 머무르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원·달러 환율이 1394.8원까지 치솟았을 때는 미국 물가 불안 재연과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급등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1380원~139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선회 가능성에도 원·달러 환율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관세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대규모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달러 강세 요인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엔화,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도 이어지고 있어 환율은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와 엔화의 대리(proxy) 통화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들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거래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61.72엔까지 올랐다. 이는 1986년 이후 37년 6개월만의 최고 수준이다. 엔·유로 환율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인 1유로당 173.68엔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2억 1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6억 2000만 달러 감소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는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 외환스와프를 실시하며 외화자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의 ‘2024 하반기 FX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장기간 현 레벨에서 등락을 지속한 만큼 1200~1400원대가 새로운 균형이라고 판단한다”며 “향후 환율은 3분기까지는 달러화의 추가 강세로 1400원대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은 통화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한은의 셈법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시장의 예상은 동결이 우세하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연일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점은 한은에게 부담이다. 만약 한은이 미국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에 따라 1300원대 후반대인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인 14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한은 입장에서는 불안한 환율은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미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인 셈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기상 여건, 공공요금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물가가 목표에 수렴해 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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