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대립·각자도생… 리더 없는 부산 여야 '혼돈'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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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정치인 없어 곳곳에서 잡음
국힘 전현직 국회의원 측근 대립각
2년 뒤 지방선거 앞두고 견제 심화
민주 권리당원 계파 간 갈등 우려도
기초의회 개인 이익 따라 이합집산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이후 부산 정치권의 혼란이 거듭되는 모습이다. 부산은 김영삼·노무현·문재인 등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진영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굵직한 정치인을 줄곧 배출해 왔지만, 최근엔 여야 모두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가 사실상 실종 상태로 곳곳에서 잡음이 인다.

4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4·10 총선에서 부산 18개 선거구 중 17개를 휩쓴 국민의힘의 일부 당협에는 전현직 권력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직전 당협위원장이자 국회의원으로부터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받은 이들과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 측근들 간 일종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곳은 없지만 지방선거가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로를 향한 견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 초선 의원 지역에서는 현직 구청장이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아 사실상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풍문이 떠돌며 예비 후보군이 벌써부터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부산 국민의힘에서는 이 외에도 시당위원장과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과정에 교통 정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며 22대 국회 초반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금은 박수영 부산시당위원장이 직접 나서 상임위 정리에 나서면서 상임위 쏠림 문제가 다소 해소됐지만 당시에는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비해 전열 정비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부산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27일 선출되는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자리를 두고 현재까지 이미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일각에선 부산에서 민주당의 존재감이 예전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후보 난립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 반응이다.

이러한 해석은 과거 부산 민주당이 밟아 온 행적과 반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시당위원장 선출 전 지역위원장이 모두 모여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당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모임도 없었다는 게 한 지역위원장의 설명이다. 또 벌써부터 일부 후보를 향한 마타도어는 시작된 모습이다. 모 후보를 두고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이라며 시당위원장에서 낙선해야 한다는 소문이 떠돈다.

여기다 부산 민주당의 경우 권리당원 사이에서도 계파가 나눠진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부산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체제 출범 이후 부산 권리당원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그 수가 기존 권리당원 전체 수와 비슷하다는 게 지역 야권 중론이다.

기초의회는 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국민의힘 기초의원들이 전체 14명 가운데 8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부산 동래구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모두 야당이 가져가는 이변이 벌어졌다. 하반기 의장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두 명이 출마 의사를 밝혀 당협 차원에서 직접 정리에 나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이탈표가 대거 발생했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구의회의 경우 부산 북구의회(여야 7명)에서는 민주당 소속이던 현 의장이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후반기 의장으로 당선됐다. 또 사상구의회(여야 5명)에서는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 의원의 지지로 6표를 받아 의장으로 선출되는 기행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처럼 부산 여야 정치권이 대혼돈에 빠진 것은 진영을 이끌어 갈 인물이 없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그 동안 부산에선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장과 당대표 등 지도력을 갖춘 인물들이 계속 나왔지만, 지금은 리더가 없어 국회의원부터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조직이 각자도생이다”고 토로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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