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 감천동 주민 "주민건강 위협하는 동일조선 이전하라" 호소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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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감천동 일대에 석면 비산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일조선의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독자 제공 부산 사하구 감천동 일대에 석면 비산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일조선의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독자 제공

부산시가 사하구 감천동 주민을 대상으로 석면피해 주민 영향조사를 조사한 결과 정밀검진 대상이 조사 인원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대다수인 감천동 주민들은 검진을 받기 위해 양산부산대병원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 불편을 호소한다.

8일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감천동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경성 석면노출 의심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부산닷컴 5월 12일자 보도) 결과, 총 검진자수 303명 중 정밀검진 대상자는 약 20%(6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산부산대병원 의료진이 감천동 현장을 방문해 1차 기본 검진을 시행한 결과다.

감천동에서만 60명이 넘는 정밀검진 대상자가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과거 감천동은 산동네를 중심으로 노후 슬레이트 지붕이 밀집했던 지역이어서 석면피해 우려가 컸다. 또 인근 수리조선소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도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된다. 양산부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은수 교수는 “과거 석면피해 인정 사례에 비춰보면, 수리조선소 작업 과정에서 내부 단열재 등으로 쓰인 석면이 날림먼지 형태로 배출돼 인체에 악영향을 준 사례들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석면질병 등 피해 의심 소견을 받은 61명의 주민은 양산부산대병원에서 흉부 CT 검사, 폐기능 검사 등 2차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정밀검진 결과와 석면피해판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석면피해가 인정되면 의료비·생활수당 등 국가의 석면피해 구제를 받게 된다.

다만 주민들은 정밀검진 장소가 주민들의 거주지와 멀어 불편을 호소한다. 사하구 감천동에서 양산부산대병원은 약 30km 이상 떨어져 자가용으로 편도 40분 이상이 소요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 안팎이 걸린다. 사하구의회 조재영 의원은 “정밀검진이 의무사항도 아닌 데다, 주민들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아 먼 곳을 찾아가기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주민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등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감천동 주민들은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인근 수리조선소인 동일조선의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향후 단체 집회도 예고하고 나섰다.

동일조선은 1970년대부터 선박수리 조선소로 운영된 곳으로 시가 지정한 석면피해 의심지역이다. 선박 내 석면 사용은 2011년부터 전면 금지됐지만, 오래전에 건조된 노후 선박의 해체·수리 과정에서 석면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앞서 지난해 3월 감천동 주민 3619명은 사하구와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 등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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