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공연이 전하는 위로와 감동 ‘디어 에반 핸슨’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21일까지 드림씨어터 무대에
박강현·김성규·임규형 주인공
‘라라랜드’ 음악 팀·무대 주목

박강현이 출연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박강현이 출연한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한 장면. 에스앤코㈜ 제공

잘 만든 한 편의 뮤지컬이다. 음악이랑 드라마가 잘 어울렸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은 점점 파편화하고 외로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 줄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은연 중에 위로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감이 그 출발이다. 원작은 2015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초연한 뒤 2017년 브로드웨이를 장악해 그해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작곡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호흡을 맞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듀오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지난 4일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른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이야기다. 작품은 열일곱 살 외톨이 에반 핸슨이 심리 치료의 일종으로 ‘친애하는 에반 핸슨에게(Dear Evan Hansen)’로 시작하는, 자신에게 쓴 편지가 동급생 코너의 유서로 오인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시작은 오해였지만, 뜻하지 않게 학생들의 관심을 받게 된 에반은 자신과 코너가 ‘베프’였다는 말을 지어내게 되고, 또 다른 동급생 알라나와 재러드와 함께 코너를 위한 추도식과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물론, 진실을 밝히기 두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거짓을 만들어내는 행동이 정당화되어선 안 되지만, 에반이라는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도록 만든 점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 “난 시작도 하기 전에 멈추는 법을 배웠어. 실수하기도 전에 최악의 내가 되기 전에 눈길을 끌지 않게 나 자신을 감추는 거야. 부딪치지 않으면 실수할 일도 없어…”를 노래하는 에반이 안쓰럽고, “창문 밖을 홀로 서성이는 나,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나요, 날 알아봐 줄 사람 없나요”를 애타게 부르는 에반에게 공감하게 만든다.

대극장 뮤지컬인데도 사회와 정치 문제가 아닌, 개인과 가족을 다룬다는 점도 남달랐다. 무대 위에 장대하게 펼친 비규격의 LED 모니터 십수 대는 스마트폰 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모습을 실시간처럼 재현하고, 에반이 그리는 새로운 희망의 세계를 보여줘 인상적이었다. 흡사 여타 대형 뮤지컬에서 보던 앙상블이 펼치는 군무가 스크린 속 텍스트로 변신했다고나 할까.

드라마를 강조한 작품답게 배우들이 전하는 대사와 노래 가사에 집중했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 에반이 불러서 유명해진 ‘Waving Through A Window’ 등 총 15곡이 뮤지컬 넘버로 나온다. 모두 한글 가사로 번안됐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에 출연한 박강현.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에 출연한 박강현. 에스앤코㈜ 제공

부산 개막 공연에서 에반 핸슨을 연기한 박강현(김성규·임규형 더블캐스팅)은 외롭고 불안한 에반의 심리를 놀랍도록 잘 묘사했다.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 그를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에반 엄마 하이디 핸슨 역의 신영숙(김선영)과 코너 엄마 신시아 역의 한유란(안시하)은 든든한 기둥이었다. 코너 역 임지섭(윤승우), 코너 여동생 조이 머피 역 홍서영(강지혜), 에반 동급생 재러드 역의 조용휘, 알라나 역의 염희진(이다정), 코너 아버지 래리 머피 역의 윤석원(장하성)도 제 몫을 했다.

아시아 초연인 국내 연출은 박소영이 맡았다. 부산 공연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첫 번째 시즌을 종료한다. 부산 공연은 오는 21일까지 계속되지만, 주말에만 있어 4회 차(13~14일·20~21일 오후 2·7시)만 남았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