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은 사후 처리, 산 사람을 위한 일이죠” [다시 쓰는 무연고자의 결말]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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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권종호 경감, ‘생전계약’ 대안 제시
박진옥 이사, 가족 문제 탈피 강조
“장례 관련 새 사회적 규정 접근을”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사)나눔과나눔 박진옥(왼쪽) 상임이사와 올해 4월 출간된 책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저자인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권종호 경감.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사)나눔과나눔 박진옥(왼쪽) 상임이사와 올해 4월 출간된 책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저자인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권종호 경감.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와 사후 처리를 고민하는 것은 이미 죽은 사람만을 위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난 이들은 존엄한 사후를 위한 노력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결과로 돌아온다고 입을 모았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저자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권종호 경감은 ‘생전 계약’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장례 방식이나 사후 처리를 생전에 단체 또는 기관에 위임하고, 위임받은 기관은 죽기 전까지 위임한 사람의 생활을 살피는 것이다.

5년 전 비영리단체를 세워 부산 영도구에서 일명 ‘안심 장례 서비스’라는 이름의 생전 계약을 시도했지만, 서비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후 처리 권한이나 신뢰도 문제 등 공공의 역할이 절실했지만 당시 관에서는 민간 사업이라는 이유로 개입을 꺼렸다.

권 경감은 “생전 계약으로 사후 정리를 약속해도 사망 사실을 알 수가 없어서, 꾸준히 연락하면서 가족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고립도 자연스레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업은 정부나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단체가 해야 하고, 관리 감독하는 역할도 있어야 한다”며 “살아 있을 때부터 죽음에 이르고 또 그 이후까지 챙겨야 비로소 사회적 고립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구조와 가족관계의 변화에 따라 장례가 사회적 책무라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는 보편적인 장례 복지가 이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장례가 ‘산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사)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목격할 때 ‘내가 죽으면 사회가 나를 저렇게 대우하겠구나’라는 메시지가 전달된다”며 “최근 사회복지 영역의 화두가 사회적 고립 예방인데, 공영장례라는 제도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사회적 연대 등을 현장에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 아닌 관계의 돌봄이 보편화했지만 여전히 장례는 가족 내부의 문제로 치부된다. 박 이사는 장사법상 연고자와 민법상 상속자 범위를 맞추는 등 법 개정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장례 등에 대한 사회적 규정을 새로 수립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이사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등을 다루는 장사법은 보건위생상 시신 처리나 장례업에 대한 규정을 다루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며 “장례 의뢰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새로운 사회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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