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끊기던 거문도 뱃길에 부산 선사 '하멜호' 취항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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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여수-거문도 정기선 운항
감축·결항 따른 주민 불편 해소
해양진흥공사 ‘통 큰’ 금융 지원
케이티마린 자금 조달 고비 극복

오는 17일 여수-거문도 항로에 취항하는 하멜호. 최대 속도 42노트(시속 약 80km)에 달하는 초쾌속 여객선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오는 17일 여수-거문도 항로에 취항하는 하멜호. 최대 속도 42노트(시속 약 80km)에 달하는 초쾌속 여객선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제공

“10여 년 만에 주민 숙원이 이뤄질지 기대됩니다.”

지난 5일 전남 여수시 여수엑스포 해양공원에서 열린 ‘하멜호’ 취항식에서 주민 김 모(삼산면 거문도) 씨는 새 여객선 운항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하멜호는 17일 취항하는 여수-거문도 간 새 정기여객선이다. 하멜표류기로 알려진 네덜란드 상인의 이름을 땄으며, 실제 네덜란드 다멘조선소가 건조했다. 하멜등대는 여수의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간 여수와 거문도 항로는 기존 여객선의 선령이 만료돼 배 1척만 운항했다. 이마저 선박 노후화로 인한 결항이 잦아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하멜호는 590t 초쾌속 여객선으로, 워터젯 4기를 장착해 최대 속도가 42노트(시속 약 80km)다. 기존 3시간이 넘는 항해시간을 약 2시간으로 크게 단축했다. 승객 정원도 기존보다 많은 423명으로 삼산면 도서민의 정주 여건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멜호 취항은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주)케이티마린의 합작품이다. 선박 운항을 맡은 케이티마린은 부산 영도구에 본사를 두고 해상운송, 선박·선원 관리, 선박 신조 감리 등의 해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기반 회사다. 이번 하멜호 건조·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해양진흥공사가 건조 비용의 80%가량을 지원하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케이티마린 관계자는 “일부 선박 건조 비용뿐 아니라 운항 손실액 보전 등을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었음에도 선박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다행히 해양진흥공사가 선박과 선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금융상의 애로점을 풀어줬다”고 밝혔다.

실제 자금조달의 숨통을 트게 한 건 해양진흥공사의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건전한 재무 상태와 우수한 영업력, 오래된 업력에도 불구하고 중소선사라는 이유로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마련됐다. 신용등급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되면 시장 선가 대비 적정한 금액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10개 선사에 2300억 원(13척) 규모의 금융을 지원했다. 연안여객선부터 국제카페리, 케미컬선박, 벌크선, 중량물 운반선 등 지원 대상도 다양하다.

해양진흥공사는 올해 지원 대상을 국내 800여 개 이상 내항 선사로 확대한다. 사업 예산도 5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늘렸다. 이에 더해 해양진흥공사는 금융 만기 확대, 사업성 고려한 LTV(담보인정비율) 적용, 보유 선박 활용한 유동성 제공, 다양한 금리 할인제도 운용, 전문가 통한 재무·홍보 컨설팅 등 지원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 금융으로 이뤄낸 하멜호 취항은 도서민 교통권 확보뿐 아니라 섬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문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K-관광섬 육성 사업’의 5개 섬 중 하나다. 선정된 섬은 4년간 100억 원 내외를 지원받아 관광 종합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하멜호는 2000여 삼산면 도서민의 숙원 해결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것”이라면서 “선사의 성장뿐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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