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기후플레이션 시대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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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극심한 폭염과 폭우로 고통받고 있다. 허베이성과 허난·산시·안후이성을 비롯한 북부지역은 지난달 중순 지표면 온도가 섭씨 60~70도를 웃도는 등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린다. 중국에서 가장 덥다는 신장성 위구르자치구 투루판의 지표 기온은 무려 81도까지 치솟았다. 통상 8월에나 볼 수 있는 고온 현상이 올해는 6월 초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반면 푸젠·후베이·후난성 등 남부지역은 지난달 중순부터 지속된 집중호우로 수해와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광둥성에서는 물난리와 산사태 때문에 최소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는다. 올 들어 유독스럽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지난 4일 낮 기온이 역대 최고 수준인 34도로 오르며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이달 기온은 예년 여름철 평균 20도보다 10도 이상 높아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말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각지에선 폭풍우, 홍수, 산사태 탓에 인적·물적 피해가 잇따랐다. 이밖에도 미국과 이집트를 포함한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홍수 같은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주범은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변화인 건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발생한 극한 날씨와 자연재해는 각종 농작물 생산량 감소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이어 해당 작물의 가격 인상을 낳는다. 근년에 기후(climate)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결합한 ‘기후플레이션’ ‘클라이밋플레이션’이란 용어가 자주 쓰이는 이유다. 요즘엔 극단적 기후에 따른 특정 농산물의 작황 부진으로 관련 식료품값이 오르는 걸 일컫는 신조어도 생겼다. 커피 원두 생산 급감에 의한 ‘커피플레이션’, 카카오를 가공한 코코아의 공급 부족이 원인인 ‘초코플레이션’, 설탕 원료인 사탕수수 재배량 감소로 인한 ‘슈거플레이션’이 기후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작년과 올해 스페인에 큰 가뭄이 들어 올리브 수확량이 급감하자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이처럼 폭염으로 먹거리 가격이 급등할 경우 ‘히트(heat·열)플레이션’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선 최근 폭염과 장마 영향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채소류 물가가 들썩인다. 적상추, 배추, 깻잎, 시금치, 당근 등 채솟값이 많이 오르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이 빈도가 잦고 강도가 세진 기상재해로 상시화하는 모양새다. 지구 살리기와 함께 공급망 안정, 기민한 물가 관리정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게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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