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청년이 남는 부산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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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콘텐츠관리팀 선임기자

‘소멸위험지역 부산’ 보도 충격
수도권 집중, 인구 감소 불러
지역 소멸의 끝은 국가 소멸
가속하는 위기 멈출 해법 필요

‘부산이 사라지고 있다… 광역시 첫 소멸위험지역’ ‘청년 사라지는 부산, 자영업자도 급감’ ‘인력난 부산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마저 없다’ 7월의 시작을 장식한 〈부산일보〉 1면 톱 기사 제목들이다.

2021년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초고령사회가 된 부산시가 소멸위험지역 진입 광역시 1호가 됐다는 기사(1일 보도)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부산 인구 329만 명 중 65세 이상 인구는 23.0%, 20~39세 여성인구는 11.3%를 차지한다. 후자를 전자로 나눈 값이 ‘소멸위험지수’이다. 부산시와 함께 11개 기초지자체가 소멸위험지수 0.5 미만, 즉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동래·해운대구 같은 부산 대표 주거지까지 포함돼 충격을 더했다.

무너지는 자영업 현장(2일 보도)은 기자의 눈으로도 확인했다. 지난달 도시철도 부산대역에서 패션거리 쪽으로 올라가며 최소 스무 곳 이상의 빈 점포를 발견했다. ‘임대’ 안내문이 눈에 띄는 곳만 대충 헤아린 숫자이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주말이면 친구·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이던 부산대 앞은 옛말이 됐다. 기사에서 2024년 1분기 부산대 앞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5.6%에 달한다. ‘SNS 핫플’이 많은 신흥 상권으로 사람이 이동한 이유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의 영향이 크다. 시내 다른 상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괜찮았던 동네 가게도 못 버티고 사라지더라”는 지인의 말까지 더하니 부산 경제에 들어온 빨간불이 더 선명해졌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부산 제조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3일 보도). 지난해 전국 제조업 외국인 근로자 미충원율 표에서 부산은 29.1%로 17개 시도 중 제일 윗자리를 차지했다. 고령화 등으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인데, 숙련기능 인력은 고사하고 비전문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 기사는 우리가 사는 도시, 부산의 무거운 현실을 재차 확인시켰다.

‘한국은 사라지고 있는가?’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고,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인구 절벽’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저출생·고령화·이민 등 인구 정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다. 결혼하지 않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 최근의 한 조사에서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중 결혼 자금 부족, 출산·양육 부담, 고용 상태 불안정 같은 외적 요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결혼해도 경제적 부담에 자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최근 서울에 여행을 다녀왔다. 최대한 출퇴근 시간을 피했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는 낮에도 혼잡했다. 수도권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는다. 편도 2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출퇴근 지옥을 겪으며 받는 스트레스는 실제 나이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은 ‘가속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나 식생활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청년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더하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지금의 2030 세대가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더 빠르게 노화하고 더 오랜 기간 만성질환을 겪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없는데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한국의 인구 감소가 수도권 집중화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청년이 남을 수 있는 부산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부산 고용률은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았다. 월평균 임금 수준도 13위에 그쳤다. 2022년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기업에 포함된 부산 기업은 28개 사에 불과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부산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기업을 유치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육성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쇠락하는 산업 도시와 청년 유출’로 고민이 커진 울산, 수도권에 맞설 경제권을 함께 키울 수 있는 경남과 손잡고 답을 찾아봐도 좋겠다. 여기에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환경, 즉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서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철희 교수는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한국이 앞으로 50년간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 감소를 경험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구 감소 규모보다 속도에 더 우려를 표했다. 점진적이고 느린 변화는 비교적 대응이 쉽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빠른 속도의 변화는 기존 사회 시스템에 심각한 불균형을 일으킨다고 했다. 가속하는 인구 감소를 제어할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 소멸의 끝은 국가 소멸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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