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안정·투명성에 금융사 러시 [‘글로벌 허브’ 모델, 싱가포르]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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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 떠오르는 세계 금융 중심

세계적 수준 시스템·법률 서비스가 강점
가상화폐 업계에 문호 개방 생태계 선점
홍콩 주춤하자 아시아 금융중심지 ‘우뚝’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장점에 안정적이고 투명한 정부 정책을 앞세워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의 금융중심지 ‘래플스 플레이스‘. 부산시 제공 싱가포르는 지정학적 장점에 안정적이고 투명한 정부 정책을 앞세워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싱가포르의 금융중심지 ‘래플스 플레이스‘. 부산시 제공

싱가포르는 부산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국토 면적뿐 아니라 지정학적 요건이나 높은 교육수준 등이 그렇다. 싱가포르는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믈라카해협을 끼고 있고, 부산 역시 아시아와 미주 대륙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자리해 나란히 세계 1·2위의 환적물량을 소화한다.

하지만 부산이 전통 산업 쇠퇴와 인구 유출로 쇠락하는 사이 싱가포르는 물류와 금융, 관광, 마이스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앞세워 세계적인 비즈니스 허브로 성장했다.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을 선언한 부산이 싱가포르에서 미래 비전과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25일 창이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마리나만 끝에 자리한 싱가포르의 금융중심지 래플스 플레이스. 초고층 빌딩들이 저마다 위용을 뽐내고 있는 이곳은 ‘아시아 금융 수도’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게 현지인들은 물론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계 금융 종사자들로 붐볐다.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세계 유수의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300여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밀집, 아시아 금융을 움직이는 곳이다.

싱가포르는 홍콩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주춤하는 사이 홍콩을 대체하는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지옌사가 전 세계 121개 도시의 국제금융경쟁력을 평가해 매긴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조사에서 부산은 아시아 9위, 세계 27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의 성장 밑바탕에는 정부 정책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있다. 세계적 수준의 기업 생태계와 국제 금융시스템, 수준 높은 법률 서비스도 강점이다.

싱가포르는 금융 분야 디지털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등 금융 선진국들이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가상화폐 업계에 문호를 개방하며 금융 경쟁력을 한껏 높였다. 싱가포르는 2020년 지불서비스법(PSA)과 2022년 금융시장법(FSM)을 마련해 가상화폐 규제를 명확히 했다. 가상화폐 사업자가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기간 동안 세금을 면제해 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지위를 발판으로, 가상화폐 산업 생태계 선점에도 나선 것이다.

부산은 국회에 계류 중인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을 통해 싱가포르급 국제 자유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특별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그에 걸맞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세금 감면 등이 필수다. 금융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기반으로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디지털자산거래소 육성을 통해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혁신금융 허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부산시 성희엽 정책수석보좌관은 “부산이 싱가포르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면 자치단체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며 “세제나 인센티브 등 투자 유인책도 확대돼야 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박태우 기자 wideneye@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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